셰일가스 최대富國 중국 “아직 배고프다”… ‘자원 영토’ 확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0일 03시 00분


[심층탐사기획/프리미엄 리포트/거꾸로 가는 해외자원개발]광산-광구 쓸어담는 中-日
中 국영기업 앞세워 ‘자원사냥’… 에너지기업들 ‘글로벌 메이저’로
한국 자원개발 예산 올해 반토막… 일본은 13% 늘려 공격투자 계속
똑같이 석유 한방울 나지 않지만 자원개발률 韓 14%-日 25%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극동 하바롭스크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어지는 길에는 가스관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시베리아의 힘’이라고 이름 붙여진 총연장 4000km 가스관은 2019년부터 시베리아의 대형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중국 동북지역으로 공급하게 된다. 2014년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와 러시아 최대 국영 가스기업인 가스프롬 사이에 체결된 4000억 달러(약 472조 원) 규모의 계약으로 러시아는 앞으로 30년간 중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한다.

○ 해외자원 쓸어 담는 중국, 일본

한국이 해외자원개발에서 사실상 손을 뗀 사이 가까운 중국과 일본은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을 기회로 삼아 공격적 투자에 나서는 등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고속성장에 따른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해 오고 있다. 중국의 셰일가스 매장량은 세계 최대 규모이지만, 에너지 자원 수입이 증가하자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국영기업을 앞세워 해외 자원 사냥에 나섰다.

지난해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 기업 순위에서 중국석유화학집단(시노펙)이 전체 2위에 오르는 등 CNPC,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 중국의 에너지 국영기업들은 메이저급의 대형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자원개발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외부 확장보다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내부 관리에 주력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천연가스 계약을 추진하는 등 여전히 자원개발의 고삐는 놓지 않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한국처럼 석유가 나지 않는 자원 빈국이지만 2014년 수입한 석유·가스 중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 개발 생산한 물량이 24.7%에 달한다. 석유 없는 산유국인 셈이다. 특히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한 이후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지자 2012년부터 해외자원개발 투자를 더욱 늘리고 있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해외자원개발 관련 투자액은 2010년 45조9000억 원에서 2014년 122조6229억 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 해외자원개발 경쟁력 높이려면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해외자원개발 경쟁에서 뒤처지는 이유는 정부의 지원 부족에 있다. 일본에 비해 한국의 해외자원개발 정부 예산은 6분의 1 수준이다. 올해 한국 정부의 자원개발 지원 예산은 1202억 원으로 지난해(3588억 원)의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성공불융자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반면 일본 정부는 올해 해외자원개발 지원 예산을 6808억 원으로 지난해 6034억 원보다 오히려 12.8% 늘렸다.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정책도 문제로 지적된다. 자원 공기업 관계자 C 씨는 “지난 정부 때는 자원개발을 하라고 몰아붙이더니, 이번 정부에서는 말도 못 꺼내는 상황이 됐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괜한 불똥이 튈까 자원개발 업무 쪽은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에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고, 정부 담당자들도 모두 바뀌어 정책에 일관성과 독립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관성 없는 정책 탓에 멀리 내다보고 추진해야 하는 자원개발 관련 인재를 키우는 일이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는 것도 쉽지 않다.

이정기 한국광물자원공사 기획관리본부장은 “2009년부터 자원개발 특성화대학을 통해 전문 인력을 키워 왔는데, 자원개발에서 손을 뗀다면 이 학생들의 취업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어렵게 쌓아온 자원개발 인력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탐사사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 “탄력적인 자원개발 전략 필요”

해외자원개발은 대규모 장기투자 산업으로 고위험·고수익 구조다. 자원의 탐사에서 개발, 생산까지 10년 이상이 걸리는 데다 기름 한 방울을 얻지 못하는 이 기간 내내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데는 보통 탐사 시작부터 8∼15년이 걸린다.

하지만 리스크가 큰 만큼 수익성도 높다. SK이노베이션의 사업별 연간 실적을 보면, 석유개발사업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2013년 56.9%, 2014년 46.7%에 달했다. 지난해에 9.9%로 급락했지만 영업이익률이 잘해야 한 자릿수에 머무는 석유, 화학 사업 등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이 떨어진 지금이야말로 자원개발의 적기라고 말한다. 단기적으로는 해외자산 가치가 떨어져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는 ‘위기’일 수 있지만, 우량자산과 기술력 있는 기업을 싸게 인수할 ‘기회’이기도 하다.

이수원 KDB산업은행 선임연구원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적절한 매각 시기를 조율해 정리하고, 이미 탐사가 끝나 유전 매장량이 확인된 광구를 인수해 생산량을 늘리는 등 자본 회수가 빠른 자산을 인수하는 탄력적인 자원개발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해외자원개발#중국#러시아#셰일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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