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지적 설계’가 지배하는 미래… 사피엔스, 한발 내딛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1일 03시 00분


이제 지적인 설계가 지배하는 우주적인 새 시대가 열리려 하고 있다. ―‘사피엔스’(유발 하라리·김영사·2015년)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자동화에 따른 OECD 국가 간 일자리 위험 비교분석’에서 한국의 일자리 가운데 6%가 로봇 등으로 대체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가운데 하나는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기술의 폭발적인 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6%가 급격히 커지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이 상상했던 미래에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모습이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인공지능이 자동차 운전, 진료, 기사 작성, 주식 투자 등 모든 분야에 쓰일 것을 예상하고 그 효과와 부작용을 연구했다고 보기 어렵다. 개발 중인 기술이 가져올 미래 변화를 알지 못한 채 눈앞에 떨어진 프로젝트 처리에 급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 교수는 이 지점을 우려하고 있다. 저자는 과학혁명을 거치며 수많은 기술의 창조자가 된 인간이 기술을 개발하게 된 본래 목적을 잊어버린 건 아닌지, 목적에 대한 고민을 생략하지는 않았는지 묻는다. 인간은 기술 덕분에 신의 영역에 가깝게 갔지만, 사고의 미숙함으로 지구 환경을 파괴하거나 인간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게 하라리의 평가다.

저자의 관심은 인간이 벌이고 있는 과학혁명이 ‘해피 엔딩’으로 끝날 수 있겠는가에 모아지고 있다. 그는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것에는 능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사고능력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호모사피엔스는 지구 생태계의 최정점에 올라 있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불행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

인공지능, 유전공학, 생체공학 등 연일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만큼 인간의 기술에 대한 두려움은 커지고 있다. 무턱대고 기술을 개발하기에 앞서 환경, 인간성, 행복 등에 대해 다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호모사피엔스#oecd#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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