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구조조정의 충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조선3사는 이미 6000명이 넘는 인력감축안을 내놨고, 감축 규모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통계에도 잡히지 않은 ‘물량팀(2차 하청업체)’까지 포함하면 조선업에서만 약 2만 명의 실업자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할지 검토 중이다. 말 그대로 조선업을 ‘특별 관리’ 대상에 포함시켜 각종 지원금을 특별하게 주겠다는 뜻이다. 지정되면 실업자는 실업급여를 더 받을 수 있고, 해고를 자제한 사업주에게도 지원금이 지급된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 처음으로 공론화된 것은 총선 직전인 4월 8일이다. 새누리당 후보로 경남 거제에 출마한 김한표 의원은 이날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화를 걸어와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왔다”고 언론에 밝혔다. 고용부는 즉각 해명 자료를 냈다. 이 장관이 먼저 전화를 건 것이 아니라 김 의원이 전화를 걸어 지정을 요구했고, 일반론적으로 답한 것이지 구체적인 내용이나 시기는 전혀 확정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정부 정책을 표심에 이용하려 한 김 의원에 대한 비난도 나왔지만, 과정이야 어쨌든 정부도 울산과 거제에 실사단을 보내 검토를 시작했다.
이후 두 달여 동안 정부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여전히 검토 중이다. 이 장관이 브리핑을 할 때도, 관계부처 장관이 모여 회의를 해서 나온 결론도 어김없이 ‘검토’다. 정부가 이렇게 검토만 하는 사이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의 1분기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9454명)는 지난해보다 18.2%나 급증했다. 조선업발(發) 실업대란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물론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국민 세금으로 부실 기업을 지원하는 것인 만큼 노사의 자구 노력을 엄격히 심사한 뒤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두 달 동안 검토만 하고 있는 정부가 과연 특별한 대책을 내놓을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 그렇게 특별하지 않아 보이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특단의 대책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을 더 주는 것 외에 특별한 내용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마저도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하청업체 근로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실업자 이직도 지원한다지만 평생을 조선소에서 일한 근로자들이 다른 직업을 금세 갖기도 쉽지 않다.
수년 전부터 조선업 위기를 경고해온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선3사 노사와 전문가, 정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구조조정 대책을 총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가 양질의 공공일자리 사업을 대거 일으켜 실직자를 흡수하는 등의 파격적인 정책도 필요하다고 배 연구위원은 주장한다. 정부가 검토 중인 정책에는 이런 내용은 전혀 없다. 별로 특별하지도 않은 정책을 특별하게 검토만 하고 있는 정부가 배 연구위원과 같은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 정말로 ‘특별하게 효과 좋은’ 대책을 하루라도 빨리 내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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