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0.5%에 그치며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그나마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내수마저 다시 위축돼 불황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있어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충격으로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어 선제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5% 증가했다. 메르스 여파로 경기가 악화된 지난해 2분기(0.4%) 이후 최저치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1.2%)에 반짝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2014년 2분기부터 내내 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분기의 저조한 성적표는 수출 부진이 지속된 데다 내수 회복세마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 컸다. 내수가 성장률에 끼친 정도를 나타내는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로 2014년 1분기(―0.1%포인트)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부문별로 보면 작년 3, 4분기 연속 1%대 성장세를 보였던 민간소비가 0.2% 감소했다. 메르스 충격이 컸던 작년 2분기(―0.1%)보다도 감소 폭이 컸다. 정부가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의 소비 진작책을 다시 내놨지만 겹겹이 쌓인 대내외 악재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소비절벽’(소비 급락이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기업 성장의 원천인 설비투자 또한 7.4% 급감하며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2012년 2분기(―8.5%)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표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투자를 주저하는 기업들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1분기 국내총투자율은 27.4%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분기(26.7%)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총저축률은 36.2%로 1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이처럼 돈을 쓰지 않고 쌓아두는 가계와 기업들이 갈수록 늘면서 한국 경제의 ‘장롱 경제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경기 회복의 신호를 좀처럼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개선되기 어렵고, 내수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비, 투자 여건이 악화되면서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며 “수출과 내수의 동반 하락으로 2분기 이후 성장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통화당국이 과감한 정책 조합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 겸 금융경제연구부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기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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