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1일 국토지리정보원에 한국 지도를 해외로 가져갈 수 있게 해 달라는 ‘지도 국외 반출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구글은 10년 전부터 여러 채널을 통해 한국 지도를 본사로 가져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공식 서류로 반출 요청을 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은 ‘지도 데이터가 악용되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2만5000분의 1보다 상세한 지도는 원칙적으로 해외 반출을 불허하고 있다. 다만 반출 요구가 있으면 7개 관계 부처가 협의체를 꾸려 허용 여부를 논의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토교통부,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통일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곧 소집할 예정이다. 반출 여부는 휴일을 빼고 60일 이내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어 늦어도 8월 5일까지는 결론을 내야 한다.
○ 10년째 반출 요구 구글 vs 안보가 우선이라는 정부
구글은 2007년 1월 국정원을 통해 한국 지도 반출 가능 여부를 타진한 것을 시작으로 10년간 계속 이 문제에 매달려 왔다. 정부 및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구글은 본사 차원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를 통해 한국 정부를 설득하는 한편 법률 대리를 맡은 김앤장을 통해 관련 부처에도 적극적으로 로비해 왔다. 구글은 “구글 지도는 세계적 서비스인데 한국에서는 제대로 작동이 안 된다”며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규정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구글이 원하는 5000분의 1 이상 대축척 지도가 해외로 나가 한국의 안보를 위협할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구글어스에 한국의 주요 시설 위성사진이 노출된 상황에서 대축척 지도가 결합되면 유사시 타격 정밀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어스는 2005년부터 세계 전역의 고해상도 위성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청와대, 비행장, 군부대 및 미사일 기지도 여과 없이 노출된다. 구글어스는 과거 해외 테러에 활용된 전력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구글이 지도 반출을 요구하자 정부는 “대축척 지도를 가져가려면 구글어스에 노출된 주요 안보시설을 가리라”는 조건을 걸었다. 구글은 “지도 반출과 위성사진 필터링은 별개”라며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글은 “다른 해외 업체들도 위성사진을 파는데 구글어스만 필터링하는 건 의미 없다”며 “일단 데이터를 주고 이스라엘처럼 나중에 법으로 대응하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1997년 미국 의회를 압박해 모든 사업자들이 이스라엘의 고해상도 위성사진을 서비스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그러나 미국 내 유대인 파워와 한국인 파워가 천양지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방법은 실현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 진짜 문제는 ‘신사업’?
만약 구글이 국내 서버에 지도를 저장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IT 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자금과 기술력이면 국내 데이터센터 운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하지만 매년 한국 정부로부터 지도 규정을 잘 지키고 있는지 심사를 받는 게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1000분의 1 수준으로 자세한 지도 서비스를 하는 네이버, SK텔레콤(티맵) 등은 정부 규정에 맞춰 국가 주요 보안시설을 가리고 매년 서버 및 서비스 운용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은 한국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국내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기술과 자본은 투자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구글 본사 정책에 맞추려는 것”이라며 “지도를 미국 본사로 가져가면 심사도 불가능하고 문제가 생겨도 시정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IT 업계는 구글이 표면적으로는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지도 반출을 원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본다. 복수의 IT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도 데이터가 없으면 구글 내비게이션 및 내비게이션 기반 광고 사업, 안드로이드 오토 같은 차량용 운영체제(OS),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드론, 구글글라스 등 구글의 모든 신사업이 한국에서는 먹통이 된다.
이는 구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모바일 시대에는 ‘지도’와 ‘위치정보’가 핵심 경쟁력인데 지도가 없으면 대부분의 신규 서비스를 한국에선 전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이는 구글에도 손해지만 한국에는 더 큰 손해”라며 “경쟁을 촉발할 혁신적 서비스를 경험하지 못하면 결국 한국만 뒤처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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