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자구안 유상증자 포함… 그룹지원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4일 03시 00분


1조5000억案으로 부족할때 실시… 삼성측, 채권단 압박에 ‘플랜B’ 제시
이재용 부회장 참여여부 주목… 그룹측 “실사결과 나온뒤 판단할것”

구조조정에 나선 삼성중공업이 채권단에 1조5000억 원의 자구계획에 더해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으로 유상증자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채권단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이 1일 잠정 승인한 삼성중공업 자구안에는 인력 감축 및 부동산 매각 등 1조5000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 외에 유상증자 방안도 담겼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구안이 실행됐을 때에도 회사가 어렵거나 실사 결과 추가 부실이 드러날 경우 유상증자까지도 고려하겠다는 선언적인 문구가 포함됐다”며 “규모나 추진 방식 등 구체적인 방안은 명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 이뤄지면 부채비율이 낮아져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회계법인 삼정KPMG의 실사 등을 통해 추가 자구안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삼성중공업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재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로 지분 17.62%를 보유 중이며 삼성생명, 삼성전기 등 전체 삼성 계열사들의 지분은 총 24.07%다. 이 계열사들이 각사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지분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실권주(失權株) 인수 등의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앞서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2월 자본잠식 및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기 위해 1조2000억 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기존 주주가 유상증자 권리를 포기해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이를 3000억 원 한도로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그룹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난색을 표하던 삼성이 유상증자 카드를 내민 것은 당장 만기가 도래한 대출의 연장이 시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월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2조8088억 원에 이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출 만기 연장이 다급했던 삼성중공업 측이 자구안을 승인받기 위해 ‘플러스알파(+α)’를 제시했다”며 “이 역시도 실사 결과에 따라 더 보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그룹 측은 일단 실사 결과가 나온 뒤 판단할 문제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만약 문제가 생기면 유상증자를 해서라도 책임을 지겠다는 원론적인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사재 출연 가능성과 관련해 “만약 유상증자 시 대규모 실권이 예상된다면 일부 힘을 실어줄 수는 있겠지만 그때 상황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생산설비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해상선박건조대인 ‘플로팅 독’ 5개 중 2개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우조선은 산은과의 협의를 통해 이런 방안을 담은 5조2000억 원대의 최종 자구안을 곧 확정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3일 이사회를 열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을 7 대 1로 줄이는 감자(減資)안을 주주총회에 부의하기로 했다. 주총에서 감자가 확정되고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현대상선의 주인은 채권단으로 완전히 넘어가게 된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창덕·김성규 기자
#구조조정#삼성중공업#유상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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