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출시 3개월… 수익률 낮은 예적금 등에 자산 76% 편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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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실익은 쥐꼬리→ 비과세 혜택 거의 없고
금융사 실속은 알토란→ 앉아서 수수료만 챙겨

국민의 재산 증식을 돕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내놓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이달 14일로 출시 3개월을 맞는다. 여러 금융상품을 한 바구니에 담아 관리하며 세제 혜택과 수익률을 극대화한다는 게 ISA의 도입 취지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편입 자산이 수익률이 낮은 예·적금 등 안전자산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수수료를 제외하면 실제 가입자가 얻는 비과세 혜택이 미미한 수준이고, 수수료를 챙긴 금융사만 실속을 얻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일 기준 ISA 누적 가입자 수는 216만7077명, 가입 금액은 1조9369억 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가입자가 2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일단 외형적으로는 제도가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 이들이 ‘투자 바구니’에 주워 담은 자산에는 ‘쏠림 현상’이 심했다.

ISA 비교 공시 사이트인 ISA다모아에 따르면 편입 자산 중 예·적금이 39.7%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여기에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원금보장형 상품을 합하면 안전자산의 편입 비중이 76%가 넘는다. 반면 연 5% 이상의 기대수익률을 추구하는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은 15.7%에 그쳤고, 국내외 펀드 관련 자산도 8%에 못 미쳤다.

이처럼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계속되면 실제 ISA로 얻을 수 있는 혜택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연간 350만 원을 예금, ELB, ELS에 4 대 4 대 2의 비율로 나눠 투자했을 때 5년간 총 24만2550원의 비과세 혜택을 얻지만 자산별로 0.1∼0.7%인 수수료를 10만 원 남짓 떼고 나면 ISA 가입으로 인한 순수한 세제 혜택은 연간 2만5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금융회사들이 ISA를 과당 경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당초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 4월 말 기준 은행에서 개설된 ISA 가운데 잔액이 1만 원 이하인 ‘깡통 계좌’가 71%에 달했다. 고객의 수익률보다 금융사의 마진을 중시하는 영업 관행도 여전하다.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 직원은 “얼마 전 은행에서 ‘수수료가 비교적 높은 일임형 위주로 ISA를 판매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물론 판매 과정에서 수수료를 설명하긴 하지만 나중에라도 고객이 높은 수수료를 문제 삼아 항의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불완전 판매를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의 ‘뒷북 행정’도 이런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깡통 계좌 논란이 불거진 5월 중순이 돼서야 각 은행에 ISA 판매와 관련된 자체 점검을 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이 때문에 최근 은행들이 당초 100원만 계좌에 넣어놨던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1만 원 이상 추가로 돈을 넣어 달라’고 통사정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금융사의 ‘밀어내기식’ 영업에 따라 신탁형 ISA 수요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상태”면서 “앞으로는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일임형 ISA를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도입 초기에는 금융사의 영업 전략 등으로 인해 대기성 계좌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달 말부터 ISA 수익률의 비교 공시가 시작되면 이런 계좌에 추가로 자금 유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isa 출시#수익률#가입자 실익#금융사 수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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