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같은 품질이라도 수제품 선호… ‘정성’을 사는 소비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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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제 맥주, 수제 구두, 수제 쿠키 등 다양한 수제품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 현상으로 영국 BBC에서는 ‘수제 혁명(Handmade Revolution)’이라고까지 했다. 흔히 수제품이라 하면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 명품을 연상하지만, 사실 현대에는 생산 기술의 발달로 수제품과 공장 제품의 품질 차이를 비교하는 것이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또 기계로 대량 생산할 때도 사람의 수공이 들어가고 수제품을 만드는 장인도 기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디까지를 수제품이라 할지 기술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품질 차이가 무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제품이 매력적인 이유는, 만든 이의 정성이 담겨 있어서 사랑의 감정을 전달하기에 적합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뮌헨기술대와 빈대, 코넬대의 연구진이 2015년 발표한 논문에서 이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동일한 제품을 두고 수제와 공장제, 생산방식 무표시 등 세 가지 방식으로 포장을 달리한 후 소비자의 인식을 조사했다. 예상대로 소비자들은 공장제나 생산방식 무표시 제품보다 수제품이 더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같은 제품인데도 수제품이라고 표시돼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지불 의향 가격이 17% 높게 나타났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가족 등 감정적으로 가까운 사람에게 물건을 선물하는 경우와 업무상 아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경우를 비교했다. 가까운 사람에게 주는 선물로는 수제품을 많이 선택한 반면 업무상 선물에는 수제품과 공장제품을 선택하는 빈도가 별 차이 없었다.

이 실험 결과는 사람들이 수제품을 살 때 품질보다는 정성과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대가로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수제’를 표방하는 수많은 브랜드가 있지만,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한 마케팅 차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정성과 사랑이 담기지 않은 수제품은 소비자에게 공장의 대량생산 제품과 다를 게 없음을 잊지 말자.

홍진환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 jinhongs@naver.com
#수제품#소비자#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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