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만 2년이 지났다. 삼성그룹의 차기 경영자로 점쳐지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은 그동안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74)이 자리를 비운 지도 만 2년이 지났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현재 삼성서울병원 vvip실에 머물고 있다. 그간 이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설과 속보가 나올 때마다 삼성그룹의 주가는 출렁였고, 불안을 잠재우며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이는 이 회장의 외아들인 삼성전자 이재용(48) 부회장이다. 이 회장의 와병 초반에는 ‘큰 개혁 없이 기존에 계획했던 일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점쳐졌지만, 이 부회장이 이끈 지난 2년간 삼성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부회장이 이끄는 뉴 삼성의 모습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실용주의 경영’이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 전부터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지목한 사업에는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다른 비핵심 사업들은 미련없이 정리하는 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방산 및 화학 계열사 매각. 2014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더니 지난해엔 삼성SDI의 화학 사업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에 매각했다.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계열사는 정리하고 주력 분야인 전자, 바이오, 금융은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삼성가의 대표적인 문화 사업이었던 미술 관련 사업도 정리하는 움직임이다. 올해 초 서울 중구 태평로의 삼성생명 본사 사옥을 부영에 매각하면서 건물 앞에 있던 플라토 미술관은 폐관하기로 했다. 플라토 미술관은 1999년 로댕의 대작 ‘지옥의 문’을 구입?전시하면서 로댕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삼성그룹 미술품 비자금 사건 당시 잠시 문을 닫았다가 2011년 플라토 미술관으로 이름을 변경하며 국내외 현대미술 기획 전시를 여는 공간으로 사용돼왔다. 오는 8월 14일까지 열리는 중국 작가 리우 웨이의 전시를 끝으로 미술관은 문을 닫을 예정이다. 한때 삼성문화재단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사업적으로 돈이 안 되는 분야부터 정리하는 수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화랑가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 측의 작품 구매가 사실상 동결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 미술 시장의 큰손이던 삼성이 더이상 미술품 컬렉션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 벗어나 실용주의 경영 체제로 변화 삼성 측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호전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삼성의 실질적인 파워는 이 부회장 쪽으로 기울고 있다. 작년 9월 단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물산이 삼성의 실질적인 지주사로 새롭게 출범하게 되면서 최대 주주인 이 부회장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자연스레 조직 개편도 단행하는 수순이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 연구 개발, 디자인 인력 5천여 명의 근무지를 서울 서초구 우면동으로 옮기고, 지난 3월엔 서초구 서초동에 자리했던 삼성전자 본사 사옥을 경기 수원시 영통구 ‘디지털시티’로 이전했다. 인력 재배치를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업 문화를 실리콘밸리 기업처럼 바꾸기 위해 ‘스타트 업 삼성 컬처 혁신’을 모토로 삼아 직급 체계를 줄여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하고, 호봉이 아닌 능력만으로도 얼마든지 승진이 가능하도록 조직 문화를 바꿀 방침이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벗어나 벤처 기업처럼 개인의 창의를 존중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다. 실질적으로 기업의 오너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아직 그의 공식 직함은 부회장이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2년이 넘어감에 따라, 다시금 이 부회장의 승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 · 정희순 | 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 사진제공 · 삼성미술관 | 디자인 ·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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