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진희 씨(44)는 최근 증권사로부터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복합금융상품에 가입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돈을 넣어두고 이와 연계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결제 금액에 따라 최대 7%대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했다. 이 씨는 “적금에 가입해도 이자 붙는 것을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금리에 답답함을 느꼈다”며 “이자 수익이 통장에 들어오는 것을 보니 실제 혜택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 씨처럼 높은 금리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고금리 상품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과거 출시됐던 금융 상품 가운데 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은 상품을 찾아 가입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8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한 CMA R+ 체크카드는 이달 초 누적발급 5만 장을 돌파했다. CMA R+ 체크카드는 한 달에 50만 원을 사용하면 정기 예금 이자의 두 배 수준인 3.35%로 금리가 CMA 통장으로 제공된다. 사용 금액이 많아질수록 금리도 올라가는 구조로 100만 원 이상 사용할 경우에는 4.55%로 늘어난다. 연계 신용카드와 함께 사용하면 최고 7.15%까지 금리 혜택이 주어진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변동성 없이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점이 부각되면서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무기로 다시 주목받는 경우도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397 CMA는 지난해 출시됐지만 최근 가입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 상품은 수입은 있지만 투자 여력이 낮은 30대 연령과 90년대 학번, 70년대 태생을 대상으로 한다. 미래에셋대우의 스마트폰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100만 원 이상 거래하고, 계좌 이체나 입금 금액이 100만 원 이상이면 연 5%의 금리를 300만 원 한도에서 제공한다. 은행 예금 금리가 1%대 중반에 머물자 이보다 높은 금리를 찾는 투자자들이 몰리며 397 CMA 계좌 수와 잔액은 올 5월 말까지 지난해 대비 각각 20%가 늘어났다.
이 밖에 한국투자증권의 매칭 환매조건부채권(RP)은 가입 한도를 5억 원까지 늘려 목돈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3%의 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대신과 현대 등 대부분의 증권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와 함께 3∼5%대의 특판 RP로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고금리 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상품권이나 사은품 판촉이 많았지만, 저성장과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제는 금리를 조금이라도 올린 ‘돈 판촉’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저금리 시대에 접어든 만큼 갈수록 금융상품의 금리 혜택 폭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이전과 같은 5∼7%대 금융 상품은 점점 더 찾아보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과거 출시했던 고금리 상품을 다시 찾는 투자자들이 꾸준히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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