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놓고 벌이는 3번째 ‘면세점 대전’ 일정이 잡히면서 기업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관세청은 3일 서울, 부산, 강원지역의 시내면세점 특허신청 공고를 내고 10월4일까지 접수를 받아 신규업체를 12월 중 결정할 예정이다.
관심이 쏠린 서울의 신규 특허는 4개. 이중 중소중견기업으로 한정한 제한경쟁이 1개이고, 나머지는 3개가 일반경쟁이다. 지난해 11월 특허 재승인에 실패했던 롯데, SK와 면세점 사업을 재도전하는 현대백화점, 이랜드, 유진기업 등이 도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인프라 앞선 롯데 ‘오너 리스크’ 변수
롯데는 운영경험과 노하우, 물류센터 등 인프라 구축, 해외 브랜드와의 네트워크, 숙련 인력 확보 등 각종 객관적 지표에서 후보들 중 단연 앞선다. 하지만 정작 롯데의 고민은 특허 신청 때마다 등장하는 ‘돌발 변수’다. 당연히 특허 연장을 받을 것으로 여겨졌던 지난해 11월 심사 때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여론의 지탄을 받으면서 실패를 하더니, 이번에는 입점로비 의혹으로 오너 일가가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단 롯데는 수사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고, 로비 의혹도 오너 일가 개인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장 면세점 사업이 주력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가 영향을 받아 29일로 예정했던 상장이 다음달로 연기됐고, 공모예정가도 낮추면서 공모금액이 최대 5조7426억원에서 5조2641억원으로 줄었다. 당초 롯데호텔은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면세점에 집중투자하고, 해외 명품 브랜드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수사 결과에 따라 지난해 경영권 분쟁 못지않은 여론의 역풍을 만날 수 있고, 이는 고스란히 12월 신규 특허 취득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롯데그룹의 위기관리 능력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 까다로운 심사 충족 경영청사진 관건
롯데와 마찬가지로 영업권을 되찾으려는 SK나 ‘재수생’인 현대백화점 이랜드 유진기업 등은 지난 심사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취약점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관건이다. 기존 영업자라는 프리미엄이 있는데도 특허 재승인에 실패했던 SK는 워커힐이라는 입지가 약점이다. 이제는 면세점을 관광산업의 주요 거점으로 바라보는 상황에서 대규모 상권과 거리가 먼 지역이라는 불리함을 극복할 대안이 필요하다.
현대백화점, 이랜드, 유진기업 등 재도전 기업들은 면세점사업 경험이 없다는 점이 넘어야할 과제이다. 최근 문을 연 신규 면세점들이 대부분 매출 부진으로 고전하면서 ‘문만 열면 돈 번다’고 여기던 면세점사업에 대한 시각도 바뀌었다. 기존 면세점사업자 신라호텔과 현대산업개발이 손을 잡은 HDC신라가 올 매출 목표 5000억원 달성이 불투명하고, 백화점 운영 노하우를 가진 갤러리아면세점도 현재 하루 매출 7억원에 머물러 당초 목표 5040억원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 심사 때는 면세점 경영능력을 어느 때보다 중시할 것으로 예상돼 까다로운 잣대를 충족할 경영 청사진을 누가 내놓느냐에 따라 특허의 향방이 정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