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구 77%-부산 69% 줄어… 매매가도 4개월 연속 하락세
수도권은 재건축-전세금 영향… 거래 줄었지만 매매가는 오름세
하반기 집값 1.2% 오를 전망
대구 수성구는 지난해 아파트 값이 30% 가까이 뛰었다. 투자처를 찾던 뭉칫돈이 아파트 시장으로 몰리며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최대 호황을 맞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5개월 연속으로 매매가격이 하락하는 등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고 있다. 시세보다 3000만 원 이상 가격을 내린 급매물도 팔리지 않을 정도다.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대구 집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았다”고 입을 모았다.
○ 주택담보대출 규제 지방 시장 직격탄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지방까지 확대되면서 전국 아파트 거래량이 한 달 새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방은 거래량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은 물론이고 집값 상승세도 꺾였다. 대구, 광주 등 지난해 아파트 값이 20% 이상 오른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8일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9135건으로 전달(2만2727건)보다 59.8% 줄었다. 지난해 같은 달(2만8798건)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매매 거래 신고가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계약만 하고 신고를 하지 않은 물량이 있어 거래량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하락폭이 예상보다 크다고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
지역별로는 대구의 매매 거래량이 4월 2237건에서 지난달 511건으로 77.2% 줄어 전국 시도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부산(―69.6%), 울산(―69.0%) 등의 거래량도 많이 줄었다.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올해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월간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달보다 0.06% 떨어져 2월 이후 4개월 연속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1월 대구 아파트의 3.3m²당 평균 매매가격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2년 1월 이후 처음으로 떨어졌다. 이후 5월까지 5개월 연속으로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26.3% 올랐던 광주의 매매가격 역시 지난달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 “수도권은 회복, 지방은 약보합 예상”
매매 거래량 감소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나타났다.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499건으로 전달(2만2421건)보다 71.0% 감소했다. 서울과 인천의 거래량이 각각 73.3%, 73.5% 줄었다.
반면 매매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3월 0.01% 하락한 뒤 4월과 5월 각각 0.05%, 0.11% 오르며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서울은 지난달 0.21% 올라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최근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3.3m²당 분양가가 4000만 원 이상인 재건축 아파트들이 공급되면서 주변 시세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도권의 아파트 전세금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매매가를 끌어올린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지방과 수도권 시장이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하반기(7∼12월)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의 상반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연구원은 하반기 수도권 집값이 1.2% 오를 것으로 내다본 반면 지방은 약보합세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큰 폭으로 오른 집값이 최근 ‘최고점’에 달한 것으로 보는 수요자가 많은 데다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의 구매력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2, 3년간 쏟아진 분양 물량의 입주 시기가 임박한 것도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김지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수도권은 인기 주거지역 분양 시장을 중심으로 회복 기미가 보이지만 지방은 이렇다 할 호재가 없어 당분간 양극화 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