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이 만든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1호 수사 대상’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정조준한 것은 국민 혈세(血稅)를 낭비한 공공부문의 구조적 비리가 대우조선해양 내부에 짙게 퍼져 더는 방치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적 성격이 강한 대기업에서 분식회계 비리까지 불거져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검찰 수뇌부의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특별수사단 ‘1호 타깃’은 대우조선해양
‘제2의 중수부’로 불리는 특별수사단은 구조적 비리와 방만 경영으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조선업계를 첫 수술대에 올렸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점,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경영에 관여하는 등 사실상 공기업처럼 운영된 점을 고려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라 대규모 실직자를 양산하고 천문학적 규모의 국고 손실을 초래한 만큼 검찰이 경영진의 비리와 연루된 정관계 인사를 찾아내 국민적 분노를 해소하려는 정책적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분식회계’ 혐의에다 사기 대출 혐의까지 받고 있어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검찰은 남상태(2006년 3월∼2012년 2월 재임), 고재호(2012년 3월∼2015년 5월 재임) 두 전직 사장의 재임 중 발생한 방만 경영과 개인 비리 단서를 포착하고 일찌감치 내사를 벌여왔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에 손해를 입혀가며 측근 그룹과 지인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단서도 포착됐다. 단기 실적과 연임에 급급해 대규모 부실을 숨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우그룹 해체로 2000년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된 대우조선해양에는 1987년부터 지금까지 공적자금과 국책은행 자금 7조 원대가 지원됐다. 그런데도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7308%를 기록하고 2013년부터 3년간 누적 적자는 4조 원을 넘어선 상태다.
○ 檢, 분식회계·사기대출 혐의 입증 자신
앞으로 특별수사단 수사는 크게 3가지 축으로 전개된다. 먼저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제기된 수조 원대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분식에 연루된 회사 책임자를 찾아 처벌하는 수사가 첫 번째 축이다. 검찰은 이미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이 분식회계를 지시하거나 묵인한 정황을 상당수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규모는 2003년 SK그룹 수사 당시 드러난 1조5000억 원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를 통해 받아낸 수십조 원 규모의 대출과 기업어음(CP), 회사채 등에 대해 ‘사기대출’ 혐의를 적용할 방침인데,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들의 공모나 묵인 여부, 금품 수수 의혹도 집중적인 수사를 받게 된다.
두 번째 축은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 등 회사 경영진의 비리를 규명하는 것이다. 검찰이 남 전 사장의 대학 동창이자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깊이 연루된 유명 건축가 이창하 씨 등의 회사와 자택을 8일 압수수색한 것도 두 전직 사장의 비리를 겨냥한 것이다. 남 전 사장의 대학 동창이자 H항공해운사 대표 정모 씨의 회사를 압수수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은 남 전 사장 등이 정 씨 회사와 고가로 운송 계약을 체결해 900억 원 안팎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확인하고 있다. 또 정 씨가 대우조선해양 계열사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정 씨 측 업체에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인수하게 해주면서 회사에 수백억 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도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의 정점은 대우조선해양이 장기간 부실을 감추고 대표이사가 연임하는 과정에서 금융감독 당국을 비롯한 정관계와 유착한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다. 검찰 수사는 대주주인 산업은행,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한 정책당국, 연임 결정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의혹이 있는 정관계 인사를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분식회계에 따른 사기대출과 전직 사장들의 ‘연임 로비’에 연루된 의혹이 있는 정치권 인사 여러 명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검찰 안팎에서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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