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지난해 말부터 진행해 오던 제일기획 매각 작업의 ‘2라운드’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15일경 세계 3위 프랑스 광고회사인 퍼블리시스와 진행해 온 매각 협상의 공식 종결을 선언하고, 다른 글로벌 업체와 새로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란 사실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퍼블리시스와의 협상 실패 이후 당분간 매각 작업을 멈출 것으로 재계는 예상했지만 실제 삼성은 제일기획 매각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퍼블리시스와의 매각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삼성스포츠단은 제일기획에서 분리한 뒤 별도로 스포츠 전문법인을 만들어 그 산하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기획은 2014년 프로축구단(블루윙즈), 남자 프로농구단(썬더스), 여자 프로농구단(블루밍스)을 시작으로 지난해 남자 프로배구단(블루팡스)과 올해 1월 야구단(삼성라이온즈)을 각각 인수했다. 하지만 퍼블리시스 입장에선 스포츠단을 운영할 이유가 없는 데다 연간 들어가는 비용이 1000억 원 이상이기 때문에 인수를 부담스러워했다.
이 때문에 삼성은 스포츠단의 네이밍 스폰서를 일정 기간 보장해주는 방안을 비롯해 퍼블리시스와 별도 스포츠 법인을 공동 운영하는 방안 등도 제시했지만 퍼블리시스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삼성은 스포츠단을 계속 안고 가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 만들 스포츠 전문법인은 삼성 계열사들이 공동 펀딩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삼성 수뇌부는 구조조정 작업의 일환으로 스포츠 사업 자체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재계 관계자도 “애플이나 구글 등 글로벌 기업 중에도 스포츠단을 직접 운영하는 회사는 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스포츠단 성격상 해외 매각 시 팬들의 정서나 여론이 크게 악화될 것을 우려해 삼성은 그대로 가져가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제일기획 매각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제일기획의 성장에 해가 되는 매각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최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기획이 삼성이란 울타리를 벗어나서도 더 성장할 수 있을 만한 회사에만 팔겠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일부 사모펀드들이 제일기획에 관심을 보이며 인수 의사를 타진했지만 삼성에서 협상을 모두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제일기획은 매출의 70%를 삼성전자에 의지하는 상황이라 제일기획을 외부에 매각하면 삼성은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한편 재계는 최근 삼성이 삼성SDS의 물류사업 분할 검토를 공시한 데에 이어 제일기획 매각 작업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임에 따라 삼성의 비(非)금융 계열사 사업 재편이 하반기(7∼12월)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사업 재편 과정에서 필요한 회사가 있으면 사고, 팔아야 할 회사가 있으면 계속 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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