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센터에서 ‘제17회 철의 날’ 행사가 열렸다. 철의 날은 국내 최초의 고로인 포스코 포항1고로에서 1973년 처음 쇳물이 생산된 6월 9일을 기념해 한국철강협회가 제정했다. 철의 날에는 매년 정부가 산업 유공자들에게 산업훈장과 포장 등을 수여한다. 철강인들의 ‘축제’다.
올해도 1년 전과 마찬가지로 27명이 정부 포상을 받았다. 그러나 예년과 달리 올해 행사 분위기는 무거웠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오전 10시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권오준 포스코 회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이순형 세아제강 회장 등 업계 대표단을 함께 만난 VIP 티미팅은 행사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 30분을 넘겨 40분가량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주 장관은 지난달 미국 반덤핑 관세로 인한 부담은 얼마나 되는지, 현대제철 1고로 문제는 잘 해결되고 있는지 등을 묻고 구조조정을 강하게 주문했다. 권 회장과 우 부회장은 무거운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이날은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유독 말을 아꼈다.
공식 행사에서도 구조조정이 화두였다. 주 장관은 축사에서 “업계가 자발적인 사업재편 노력을 해왔으나 이는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며 “저부가, 비핵심 부문을 과감히 털어내고 고부가, 핵심 영역 위주로 사업재편을 가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도 인사말에서 “강력한 구조개혁으로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철강업계는 자발적 구조조정을 해왔다. 포스코는 포스코특수강을 세아베스틸에 매각하는 등 계열사를 정리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동부특수강과 SPP율촌에너지 인수, 현대하이스코와 합병 등을 했다. 동국제강은 포항 후판2공장을 폐쇄했다.
그러나 이만큼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게 철강업계 관계자들의 견해다. 대외 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철강 생산능력(23억3000만 t)은 수요를 7억 t이나 초과했다. 중국은 저가 철강 제품의 밀어내기 수출을 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통상 마찰이 격화되자 한국 철강업체에까지 반덤핑 관세를 물리고 있다.
약 한 달 전 중소 철강업체 관계자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장은 팔리니 그냥 생산하는 겁니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고 대책도 없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국내 철강업계가 장기적 안목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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