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이 새로 선보인 기술이나 디자인이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면 경쟁 기업들은 뭔가 단단히 준비해야 할 상황이 온 것이다. 1906년 언더우드 모델 5 타자기, 1908년 포드 T 모델 자동차, 1952년 RCA 컬러 TV, 1984년 애플 매킨토시 컴퓨터, 2001년 애플 아이팟, 2007년 애플 아이폰은 모두 해당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던 혁신 제품들이다. 이들로 인해 경쟁 업체들은 초토화됐고 일부만 살아남는 이른바 ‘이노베이션 쇼크’가 왔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와 유타대 연구진은 1920년대 미국 자동차산업에서 포드 자동차의 혁신에 대응한 경쟁사들의 전략을 연구해 이노베이션 쇼크에 대한 대응법을 제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혁신 기술이나 새로운 디자인은 시장점유율이 늘고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시장에 출시될 때부터 산업의 판도를 바꾼다. 또한 경쟁사는 시장 철수나 모방 전략 등 제한적인 선택을 통해 쇼크에 직접 대응하려 하지 말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틈새시장을 확보해 나가는 등 전략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생존 가능성이 높았다.
이때 전략 수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얼마큼 줄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기술적인 역량과 조직의 하부 구조가 탄탄한 기업일수록 이노베이션 쇼크를 사전에 기민하게 감지하고 재빨리 적응하는 역량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업 기간이 오랜 기업일수록 사전 감지능력이 떨어지고 변화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두 가지 교훈을 준다. 먼저 경쟁 기업의 신기술과 디자인 출시에 대한 좀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만을 지켜보면 때가 늦어버린다. 둘째, 기업 관리자는 이노베이션 쇼크를 감당하기 위해 재무자원뿐 아니라 기술적 역량, 협력업체와의 관계, 기업문화 등을 수시로 파악하고 점검해야 한다. 결국 기본에 충실한 기업, 쇼크를 좀 더 빨리 감지해낼 수 있는 기업이 오래 살아남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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