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 이후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함으로써 사상 최저 금리의 역사를 새로 썼다.
금리 동결을 예상한 시장 전망을 뒤엎은 ‘깜짝’ 결정으로, 한은이 경기 둔화와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후폭풍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금리 인하로 부동산시장의 월세 선호 현상이 가속화되는 등 국내 자산시장과 투자 행태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교역 부진이 생각보다 큰 데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하반기(7∼12월) 경기 하방(下方) 위험이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를 감안해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금리 인하는 금통위원 7명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이 총재는 “경기 회복을 지원하려면 통화정책뿐 아니라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하는데 재정 조기 집행의 폭이 커 하반기에는 재정이 성장에 도움이 못 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금통위원들이 여러 정황을 감안해 한은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예상 시점이 ‘고용 쇼크’로 인해 당초 6월에서 하반기 이후로 미뤄진 것도 한은이 먼저 금리를 인하할 시간을 벌어줬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로 122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증가세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또 금리를 내려도 시중에 풀린 돈이 실물경제로 가지 않고 ‘자산버블(거품)’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