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변양호 “모든 배 똑같이 취급 선주 이해 조율한 것이 용선료 협상 성공비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3일 03시 00분


변양호 고문이 밝힌 현대상선 협상 뒷얘기

“특별 대우(special treatment)를 요구하는 대형 글로벌 선사에 예외를 두지 않고 선주 22곳을 모두 다 똑같이 대우한 게 협상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이 됐다.”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협상을 주도한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62·사진)은 12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20년 전, 5년 전에 빌려준 돈과 오늘 빌려준 돈은 다 똑같지만 배는 일률적으로 다루기 어려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변 고문에 따르면 배는 새것과 헌것, 큰 것과 작은 것, 효율성이 좋은 것과 안 좋은 것 등 다양한 종류가 있어 일률적으로 접근하기란 쉽지 않다. 또 선주마다 자기 배는 좋은 것이니까 특별 대우를 해달라거나 특정 배에 대해 특별 대우를 하면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맞서는 일이 많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합의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변 고문은 이에 대해 “용선료 협상은 (저 혼자의 공이 아니라) 다 같이 한 것”이라며 “어려움이 있었지만 함께 노력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 성공의 핵심 인물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마크 워커 변호사를 지목했다. 변 고문은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을 잃게 됐지만 회사와 종업원을 위해 회사를 온전하게 채권단에 넘겨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현 회장이 (서울에서 열린 최종 담판에 불참한) 영국계 선주 조디악의 에얄 오페르 회장에게 도와달라는 편지를 쓰게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권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회사와 종업원은 온전히 지켜야겠다는 현 회장의 생각이 훌륭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변 고문이 현대상선과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 금융 당국 사이의 채널 역할을 했다면 미국 채무 조정 전문 회사 밀스타인(Millstein & Co.)의 마크 워커 변호사는 선주들과의 실질적인 협상을 벌였다. 변 고문과 마크 워커 변호사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외채 협상단에서 각각 재정경제원 국제금융 담당관과 법률 고문으로 손발을 맞춘 인연이 있다. 이후 변 고문이 밀스타인의 한국 자문역을 맡는 등 계속 인연을 이어왔다.

이번 협상 성공으로 변 고문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으로 상처 입은 명예를 일정 부분 회복하게 됐다. 그는 2003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으로 근무할 당시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가 헐값 매각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4년여의 긴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후 공직사회에 논란이 되는 사안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결정을 회피하는 현상이 확산됐고, 언론은 이를 ‘변양호 신드롬’이라고 불렀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현대상선#변양호#용선료#용선료 협상#조선#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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