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음과 함께 석탄을 옮기는 대형 크레인이 느릿느릿 움직였다. 이윽고 1만2000t의 석탄이 실린 배에 다가서더니 석탄을 한 움큼 집어 선착장에 설치된 컨베이어 벨트로 옮기기 시작했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한 석탄은 인근에 위치한 한 화력발전소로 직행했다. 발전소 야적장에는 40일분에 해당하는 30만 t의 석탄이 야트막한 동산처럼 쌓여 있었다. 이곳은 인도네시아 18개 화력발전소 가운데 이용률은 가장 높고 고장률은 가장 낮아 최고의 발전소로 꼽히는 치르본 석탄화력발전소다.
○ 인도네시아 최고의 화력발전소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220km 떨어진 치르본 발전소는 최대 발전용량 660MW(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하는 대형 발전소다. 한국중부발전이 일본 마루베니 상사, 인도네시아 인디카, 한국의 에너지전문업체인 삼탄과 2007년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국제입찰을 통해 따냈다. 총투자비 8억5000만 달러(약 9900억 원) 가운데 중부발전은 7000만 달러(약 816억 원)를 댔다.
2012년 7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르면서 투자금 회수도 성공적이다. 정승교 치르본 CPS 법인장은 “2019년경이면 투자비는 모두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2041년까지 연간 136억 원, 모두 4000억 원의 투자수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기업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이윤만을 추구하다가 현지 주민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일이 왕왕 있다. 반면 치르본 발전소는 오지 마을에 초등학교 건립을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현지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치르본 발전소의 ‘하늘색 작업복’을 입은 사람이 선망의 대상이 될 정도다. 이인혁 치르본 CPS 법인 재무부장은 “1980, 90년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작업복을 입은 이들을 최고로 치던 울산을 연상하면 된다”고 귀띔했다.
성장세가 둔화된 국내 전력시장과 달리 인도네시아는 연간 전력수요가 8% 이상 성장하는 기회의 땅이다. 중부발전은 치르본 발전소의 성공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발전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고 있다. 탄중자티 석탄화력발전소(1320MW), 왐푸 수력발전소(45MW)를 현재 운영하고 있으며 스망카 수력발전소(55.4MW)는 내년 9월 준공 예정이다. 이 4개 발전소를 통한 발전 용량만 2080.4MW에 달한다. 한국 기준으로 약 158만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력과 맞먹는 수준이다. 7월에는 치르본 발전소 후속기도 착공에 들어간다.
박영규 왐푸 수력발전 법인장은 “경쟁사들보다 해외사업이란 차별화된 분야에 빨리 진출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 발전 한류에 중소기업 수출도 증가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주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준다는 이미지가 쌓이면서 동남아시아에 ‘발전 한류(韓流)’가 거세게 불고 있다. 중국이 값싼 가격을 앞세워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한국 기업이 기술과 사회공헌활동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서 태국 베트남 등 진출 지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특히 중부발전은 민자발전 진입 장벽이 높다는 태국 발전시장에서 나바나꼰 복합발전소(110MW)의 운영정비(O&M) 사업권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발전소 수출의 경제적인 효과는 단순히 수주 금액에 그치지 않는다. 발전소를 건설하고 20∼30년 이상 장기간 운영하는 과정에서 한국 중소기업이 동반 진출할 기회가 열린다. 실제 중부발전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 중인 ‘장보고 프로그램’을 통한 수출 실적은 △2013년 150만 달러 △2014년 360만 달러 △2015년 402만 달러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고병욱 나바나꼰 복합발전소 부사장은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해외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해외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며 “중부발전이 중소기업의 해외동반진출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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