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산업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었다. 뚜렷한 성장동력을 찾을 수 없다거나, 활력이 예전만 못하다고들 한다. 실제로 기업의 기술혁신활동 지표들을 보면 모두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16%에 이르던 기업의 연구개발비 증가율은 2014년 7%까지 하락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대로라면 5년 연속 하락이 예상된다. 연구개발(R&D) 투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1997년 외환위기 시기에도 2년 만에 증가세를 회복했던 것을 생각하면 최근 추세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R&D 투자가 주춤하면서 연구인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2011년 11%에 이르던 기업의 연구인력 증가율은 2014년 8%로 하락했다.
최근의 상황이 걱정스러운 것은 경기침체에 따른 R&D 위축 양상이 1990년대 일본 상황과 닮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초 버블경제가 붕괴하면서 기업 R&D는 큰 타격을 입었다. 1980년대 연평균 11%에 이르던 R&D 투자 증가율이 1990년대에는 1.2%로 추락했다. 연구인력 증가율 역시 1980년대 연평균 6%에서 1990년대 3%로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기술 경쟁에서 뒤처진 일본의 대표적 기업들이 쇠퇴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기업의 R&D 투자 위축은 1990년대 일본의 양상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주변 여건은 좋지 않다. 무엇보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중국이 엄청난 기세로 성장하며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4년 중국의 연구개발비는 전년 대비 11%나 증가했고, 연구원은 우리보다 약 4배나 많은 150만 명에 이른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R&D 부문에서 보여주고 있는 가시적인 약진이 두드러진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PCT국제출원(특허협력조약에 따른 국제출원)에서 중국의 화웨이가 세계 1위, ZTE가 세계 3위를 차지하며 한국 기업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이대로 우리 기업의 R&D 투자가 꺾인 채로 간다면, 글로벌 산업 경쟁 대열에서 낙오되는 것은 물론이고 제2, 제3의 화웨이에 우리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나 우리 산업은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주력산업 중심의 육성 정책으로 고도성장에는 큰 성과를 거뒀으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창의적 역량은 아직 약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는 세계 1위 수준임에도 한 해 기술도입액이 6조 원에 이를 정도로 원천기술은 부족하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의 등장이 가시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비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신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기업과 정부 모두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R&D 인력의 양성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기업들은 지금 당장의 문제 해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멀리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 비전을 마련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 나가는 혜안을 키워야 한다. 주춤했던 기업의 기술혁신 의지를 다지고 끌어올리는 것, 그것이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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