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국내 이동통신업계는 항상 ‘엉망’이었다. 포화될 대로 포화된 시장을 3사가 나눠먹기 해야 하다 보니 너의 승리는 곧 나의 패배였다. 그래서 언제나 불법적인 경쟁과 비방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이동통신업계는 엉망을 넘어 진창이 돼 가는 듯하다. 엉망을 바로잡아야 할 방송통신위원회까지 싸움판에 엮여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열린 방통위 공개 전체회의는 그 심각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현장이었다. 상황은 이렇다. LG유플러스는 이달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러 온 방통위 조사관의 사옥 출입을 막으며 사실조사를 거부했다. 그간 업계에선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당장 업계와 언론에선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최성준 방통위원장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의 경기고-서울대 동문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전체회의에서 야당 측 위원인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은 이런 설을 언급하며 “합리적 의심에 대해 답해야 한다”고 최 위원장 측을 압박했다. “(여당 측 위원인 이기주 상임위원이) LG유플러스 사실조사를 반대했다고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아무 얘기나 막 하느냐. 그 말씀 분명히 책임지라”고 맞받아쳤다. 최 위원장은 “빨간 선글라스 쓴 사람 눈에는 빨간색으로 보인다”고 불쾌해했고, 김 부위원장은 “전 빨간 선글라스 잘 안 끼거든요”라고 응수했다.
국민 시선에서 보자면 참 한심한 일이다. △LG유플러스가 단통법 위반 영업을 한 게 맞는지 △왜 방통위는 문제제기가 되고 한 달이나 지나 조사에 나선 건지 △LG유플러스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조사를 거부한 것인지…. 명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특히 이번 건과 관련해 방통위 담당 과장은 조사 시작 전날 LG유플러스 권 부회장과 오찬을 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까지 받았다. LG유플러스는 “담당 과장이 먼저 연락해서 만났다”는 입장이지만 상식적으로 과장급 공무원이 조사 대상 최고경영자(CEO)에게 먼저 연락했겠냐는 게 업계 반응이다. 해당 과장은 대기발령 이후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사 의지를 불태웠던 ‘에이스’ 공무원만 날아갔다”는 동정론까지 나온다.
방통위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이 모든 의혹은 최대한 빨리 규명돼야 한다. 이동통신업계에 대한 국민의 환멸감이 방통위로까지 옮겨가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