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오늘부터 이틀간 파업 찬반투표를 한다. 노조는 5조3000억 원의 자구계획 중 핵심인 특수선 사업 분할 및 인력 2000여 명 감축을 반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구조조정에 반대하기 위해 17일 대의원대회에서 임금단체협상 관련 쟁의 발생을 결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8일 조선 및 해운업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지 1주일도 안 돼 조선업계 노조가 반대 투쟁에 나서면서 구조조정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의 작년 영업적자는 5조5051억 원, 부채비율은 7308%에 이른다. 2000년 경영난으로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뒤 투입된 공적자금과 국책은행 자금만도 7조 원을 넘는다. 막대한 지원을 받고도 부실 규모가 커졌지만 대우조선의 평균 연봉은 2014년 기준 7400만 원으로 민간업체인 삼성중공업(7200만 원)보다 많다. 작년 10월 4조20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받기 직전에도 임금협상에서 1인당 평균 900만 원의 격려금 조항을 집어넣다 질타를 받았다. 현대중 노조 역시 회사가 9개 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일 때도 임금 인상과 해외연수 확대를 요구하며 ‘상경 투쟁’을 벌였다.
정부는 조선·해운 분야 구조조정을 위해 11조 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 조성을 발표하면서 조선 3사의 인력 30% 감축, 설비 20% 축소, 자회사 매각을 통한 10조3500억 원 규모 자구계획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다. 조선사 노조의 반발 때문에 인력 및 설비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는다면 자구책은 빈껍데기에 불과해진다. 가뜩이나 정부의 구조조정안은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근본 수술이 아니라 조선 3사를 연명시키는 미봉책이란 비판이 비등한 판이다. 이런 마당에 파업까지 하려는데 국고를 털어 지원할 이유가 없다.
조선 경기가 호황일 때는 임금 상승과 복지 확대를 누리다가 어려워지면 정부에 손을 내밀면서 임금과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행태는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과거 노조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던 여야 정치권도 개입을 자제해 구조조정의 성공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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