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골드러시시대 청바지처럼… 틈새를 노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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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신사업 발굴 방법론

1848년 1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사금이 발견됐다. 그러자 이듬해 약 10만 명이 미국 서부 해안으로 몰려들었다. 이때 돈을 번 사람들은 직접 금을 캔 광부들이 아니라 땅을 파는 데 필요한 튼튼한 작업복과 작업공구들을 판매한 사람들이었다. 레비 스트라우스는 ‘찢어지면 무조건 환불해 준다’라는 구호 아래 광부들에게 청바지를 선보였는데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이것이 오늘날 청바지의 대명사가 된 리바이스의 기원이다.

금을 발견한 소수의 광부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작업복을 팔거나 곡괭이, 삽, 광석을 고르는 데 사용되는 냄비 등을 판매했던 광산 채굴장비 판매업자들이 호황을 누렸다. 이처럼 비즈니스 모델의 기본 요소를 잘 파악해 산업 간 연결고리를 발견하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호(2016년 6월 1호)에 실린 신사업 발굴 방법론을 요약한다.

○ 성공 사례

국방산업에서 민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은 무기 개발 정도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국은 걸프전, 이라크전 등 전쟁을 수행할 때 관련 업무의 상당 부분을 PMC(Private Military Company)에 위탁한다. PMC 업체들은 군 식당 운영, 쓰레기 수거부터 군수물자 운반, 경호까지 거의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미국 국방부는 1994년 이후 현재까지 자국 PMC와 총 30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을 만큼 운영 규모가 크다. 미국 정부가 전쟁을 더 많이 벌일수록 민간 군사기업의 이익이 확대되는 구조다.

미국의 주요 PMC인 블랙워터, KBR 등은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전쟁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글로벌 사업 인프라와 정보망을 운영하고 있고, 민간 군인을 육성하기 위한 자체 군사훈련 시설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국방 개혁을 통해 정규군을 소수 정예화하고 정비, 보급, 급식 등의 업무를 민간기업에 아웃소싱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장기적으로 민간 군사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판 시장에서 도서의 품종이 많아지고 수명 주기가 단축됨에 따라 책의 인쇄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사무용 인쇄 시장도 마찬가지다. 소득과 문화수준이 향상되면서 시민들의 소비 개념이 변하고 있으며 개성 있는 인쇄물의 출판 비중이 더욱 높아지면서 인쇄물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저마다의 개성을 추구하는 맞춤형 출판에 대한 니즈가 커지다 보니 최근 활자나 필름을 이용하는 아날로그 방식 대신 인쇄기를 컴퓨터와 연결해 바로 출력하는 디지털 인쇄가 각광받고 있다. 디지털 인쇄를 통해 나만의 시집, 소설책, 앨범 등 개인화된 출판물을 쉽게 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상업용 인쇄 시장에서 디지털 인쇄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아날로그 인쇄물보다 작지만 앞으로 디지털 인쇄 시장의 규모가 아날로그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설명서 시장도 살펴볼 만하다.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언어별로 제품설명서를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설명서가 없으면 수출을 할 수가 없다. 제품설명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언어에 능통한 것은 물론이고 관련 기술도 알아야 한다. 자체 번역 인력을 보유한 대기업을 제외하면 이런 인력 풀을 갖춘 기업이 많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련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기술번역 시장도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있다. 세계 시장의 추세도 비슷하다. 미국 최대 기술번역 회사인 라이언브리지의 한 해 매출액이 4억 달러가 넘는 것을 보면 기술번역이 얼마나 잠재력이 큰 시장인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산업의 흐름과 사업 간 연관관계를 잘 파악하면 기존 역량만을 가지고도 새로운 사업을 창출할 수 있다.

○ 사업 기회를 찾는 방법

그렇다면 산업 간 연결고리를 파악해 신사업 기회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비즈니스 모델을 잘 이해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투입 자원, 가치 창출 과정, 산출 가치 등으로 나뉜다.

투입 자원은 기술, 노하우, 특허 등의 무형자원과 자본, 생산설비 등의 유형자원 및 인적자원으로 구성된다. 가치 창출 과정은 투입 자원을 실제적인 효용을 지닌 재화로 만들어 내기 위해 기업이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기능을 의미한다. 가치 창출 과정은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 활동 등 가치 창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본원적 활동과 인사, 재무, 회계, 법률 등 지원 활동으로 구성된다. 산출 가치는 최종 생산된 재화의 효용을 의미한다. 품질, 원가, 납기 등이 산출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사용된다.

기업은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무엇인지, 회사 내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가치가 창출되는지, 자사의 핵심 품질은 업계에서 어느 정도인지 등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했다면 자사의 취약한 부문 또는 경쟁사의 약점을 살펴야 한다. 자기 비즈니스 모델과 관계있는 사업들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음료제조업의 예를 들어보자. 가치 창출 관점에서는 원료 재배, 연구개발, 원액 제조, 보틀링, 마케팅, 물류 등의 활동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또 유통채널 관점에서는 소매점, 프랜차이즈, 할인점, 자판기, 온라인 쇼핑몰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제품 관점에서는 생수, 술 등이 서로 연관돼 있다. 이러한 연관 사업들을 자사 비즈니스와 연결시키면 연관 사업 지도가 완성된다. 연관 사업 지도는 사업의 경계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연관 사업의 변화와 관련한 정보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사업 간 연결고리에 숨어 있는 신사업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미국의 3TIER가 좋은 예다. 이 회사는 날씨 예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대체에너지 정보 데이터베이스(DB) 및 컨설팅 회사로 변신했다. 2000년대 들어 대체에너지가 부상하자 3TIER는 대체에너지 생산을 위한 발전의 연관 산업 지도를 그렸다. 대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발전시설의 최적 입지 선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3TIER는 자사가 갖고 있던 기후데이터를 활용해 태양광과 풍력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 됐다. 연관 사업 지도 분석을 활용해 발전설비 제조업체와 대체에너지 운영회사 사이에 숨어 있던 새로운 연결고리 시장을 발견한 것이다.

요즘같이 경쟁이 심화되고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러한 방법을 활용해 신사업을 찾아보길 권고한다.

김종현 한국투자파트너스 투자본부 이사 synclare@truefriend.com
정리=정지영 기자 jjy2011@donnga.com
#dbr#신사업#발굴 방법론#골드러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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