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롯데의 위기가 현실이 됐다. 검찰의 칼날이 그룹과 총수 일가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선 계열사 현직 대표의 구속이 확정됐다. 이 가운데 잠잠하던 경영권 분쟁도 이달 말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또 다시 ‘표대결’로 시끄러울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연이은 악재로 패닉상태에 빠졌다. 하반기 준비 중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와 면세점 사업권 재확보, 롯데월드타워 완공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 비자금 수사 등 곳곳에 암초
검찰의 칼날이 매섭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혐의를 포착하고 지난 10일 롯데그룹은 물론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등 총 17곳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을 벌였다.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과 신동빈 회장 자택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200여명을 투입해 하드디스크와 회계 장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받고 있는 혐의는 계열사 간 거래과정에서의 배임과 비자금 조성을 통한 횡령 등이다.
일각에선 검찰 수사가 경영권 분쟁 등에서 드러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국부유출 의혹 등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롯데는 그간 불투명한 지배구조 탓에 계열사를 통해 한국에서 얻은 이익을 배당 등의 형태로 상당 부분 일본 롯데홀딩스 등 지배회사로 가져간다는 국부유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뿐만 아니다. 정치권에선 이명박 정부 시절 인수합병과 롯데월드타워 건축 허가 등에 대한 특혜 의혹이 또 다시 불거지면서 압박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아울러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현 롯데물산 대표)의 구속도 최근 확정됐다.
내부적으로도 시끄럽다. 경영권 분쟁 불씨가 이달 말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또 다시 타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세에 몰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현 임원들에 대한 해임안 등을 담은 주주제안을 할 예정이다.
● 하반기 사업 올스톱 처지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면서도 “이익의 99%를 국내 사업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하지만 야심차게 추진하던 사업들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사실이다.
먼저 신동빈 회장이 직접 챙기는 등 그룹의 최대 관심사였던 호텔롯데의 상장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거래소 규정상 호텔롯데는 내달 28일까지 상장해야 한다. 롯데그룹 측은 이와 관련해 “현재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변경신고 등 절차 이행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번엔 상장이 어렵다는 얘기. 이번 기회에 상장을 하지 못하면 호텔롯데는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하지만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 확대 등을 감안하면 재상장 추진도 기약이 없어 보인다는 게 관련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면세점 사업도 비상등이 켜졌다. 롯데는 당초 반납했던 롯데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을 하반기에 다시 확보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적신호가 켜졌고 이번에 그룹과 그 외 총수일가도 수사 선상에 오르며 사업권 재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의 경영공백에 따라 올해 말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타워 운영과 사업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롯데홈쇼핑의 영업정지도 큰 암초다.
한편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기폭제가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말 예상되는 주주총회 표대결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