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한진해운 합병’ 운 뗀 임종룡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4일 03시 00분


“양대 해운사 정상화되면 검토”

금융당국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양대 해운사의 합병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은 1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의 정상화 추진 상황을 봐가며 합병이나 경쟁체제 유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의 한진해운 지원을 압박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일부러 합병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양대 해운사, 합병 검토”


지난해부터 시장에서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양대 해운사의 합병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해운업이 장기 침체 국면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각자 살 길을 찾기보다는 합병을 통해 군살을 빼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였다. 정부는 지금까지는 “양사의 합병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응만 되풀이하다가 이날 처음으로 합병 가능성을 공론화했다. 임 위원장은 “두 회사가 채권단 주도로 정상화만 원만히 이뤄진다면 그 후에 합병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의 최종 타결에 성공한 뒤 해운동맹 가입을 준비하는 등 정상화에 바짝 다가섰지만 한진해운은 구조조정에 험로를 걷고 있다. 용선료 인하 협상이 지체되고 있는 데다 당장 2017년 말까지 1조∼1조2000억 원의 자금이 부족한데 마땅한 해결방안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진그룹은 단기자금 지원을 채권단에 요청했지만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생사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담보도 없이 신규 지원은 불가능하다”며 “현대상선이 현대증권을 팔아 자금을 마련했듯이 한진도 조양호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진해운이 벼랑 끝에 몰리면서 채권단 안팎에서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을 흡수합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단 지금은 한진해운의 정상화에 집중할 때”라면서도 “한진이 끝내 무너진다면 우량자산은 살아남은 현대상선이 매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 가능성에 대해 두 회사는 모두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영 여건이 취약한 한진해운의 불안감이 더 큰 분위기다.


○ 대우조선 노조 향해 고통 분담 촉구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파업 찬반투표를 예고한 대우조선해양 노조에 경고 메시지도 보냈다.

대우조선해양은 13, 14일 양일간 거제조선소에 근무하는 조합원 6980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인다. 대우조선 노조는 특수선 부문 분사와 인위적 구조조정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방위산업인 특수선 부문을 분할하면 채권단이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대우조선을 해외에 매각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유다.

채권단은 이날 실제 노조가 파업을 하면 신규 자금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채권단은 지난해 대우조선에 4조2000억 원을 지원키로 하면서 노조로부터 쟁의행위를 자제하겠다는 동의서를 받았다. 임종룡 위원장은 노조 측에 “기업 정상화는 채권단, 주주, 노조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이 전제되지 않고는 이뤄지기 어렵다”며 “현명하고 냉철한 판단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대우조선 노조 측은 “채권단과 회사가 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고통 분담을 강요하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겠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강유현 기자
#현대상선#한진해운#임종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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