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수신액 첫 2000兆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4일 03시 00분


사실상 시중은행 제로금리 시대… “이자 한푼이 어디냐”

시중은행들이 13일부터 잇따라 예·적금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낮춘 후폭풍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1년 만기 예금 금리가 연 1%를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떨어져 시중자금이 은행권을 벗어나 제2금융권과 증시, 부동산시장 등으로 옮겨가는 ‘머니 무브’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맡겨진 돈은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넘어섰다.

초저금리 여파로 전세대출,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 빚 증가세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여 취약계층과 제2금융권 부채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은행 예금 금리 1% 턱걸이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거치식 및 적립식 수신상품의 금리를 일제히 0.10∼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우리 웰리치 주거래예금’ 금리는 연 1.60%에서 1.40%로 떨어졌고, 1년짜리 ‘올포미 적금’도 연 1.70%에서 1.45%로 내려갔다.

KEB하나은행도 이날 모든 수신상품의 금리를 0.15∼0.20%포인트 낮췄다. 대표상품인 1년 만기 ‘행복투게더 정기예금’의 금리는 연 1.3%에서 1.1%로 떨어졌다. KB국민, 신한, 농협 등 다른 은행들도 이번 주에 수신 금리 인하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금리 인하로 은행권의 예금 금리는 종전의 1%대 중후반에서 일제히 1% 초반대로 낮아지게 됐다. 물가 상승률과 세금 등을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수신 자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저축은행, 상호금융, 신용협동조합, 보험사 등 비(非)은행 금융기관의 수신 잔액은 2022조 원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3년 이후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돌파했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수신액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최대 증가폭인 약 176조 원이 늘어난 데 이어 올 들어 4개월 만에 111조 원가량이 급증하는 등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 전세대출 올해만 3조5000억 원 급증

저금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세금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은행권의 전세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 IBK기업 등 6개 은행의 전세자금대출(주택도시기금 전세대출 제외) 잔액은 올해 1∼5월 동안 3조4974억 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2조248억 원)보다 72% 급증한 규모다. 세입자들이 싼값에 대출을 받아 급등한 전세금을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난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로 은행권의 대출 금리도 하락할 예정이어서 전세대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10년 만기, 분할상환 기준) 금리는 연 3% 안팎으로, 조만간 2%대 중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은 이날 혼합형 고정금리 대출상품의 금리를 연 2.71∼4.01%로 지난주보다 0.11%포인트가량 낮췄다.

가계가 줄어든 이자 부담에 대출을 늘리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강화된 대출 심사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집단대출과 제2금융권 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이끌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임수 imsoo@donga.com·박희창 기자
#제2금융권#시중은행#초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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