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비자금 의혹 수사]5만원권 현금뭉치-서류 압수
신격호-동빈, 年300억 자금 조성… 롯데측 “계열사서 받은 배당-급여”
검찰이 13일 확보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개인금고에 있던 현금 30억여 원과 서류뭉치가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수수께끼를 풀어줄 단서가 될까.
검찰에 따르면 당초 신 총괄회장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3층 비서실 내 비밀공간에 금고를 두고 자금과 서류들을 보관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7월 경영권을 두고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62)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의 ‘형제의 난’이 벌어진 뒤 신 총괄회장의 전 비서실장 이모 씨(57)가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주택으로 옮겼다고 한다. 금고 속 내용물을 옮긴 이 씨는 신동빈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며, 신 총괄회장을 24년간 보좌해온 김성회 전무 후임으로 지난해 8월 임명됐다가 2개월 후 해임됐다.
이 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해임된 뒤 자료 인수인계를 하지 않고 내용물을 박스에 담아 자택에 보관하다가 목동 처제 집으로 옮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억 원은 5만 원권 현금 다발로 사과상자 네 개에 나뉘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현금 다발을 두른 띠지를 추적해 비자금의 흐름과 자금원을 찾아낼 가능성도 높다.
이 씨를 포함해 주말부터 검찰 조사를 받은 총수 일가의 자금 관리인들은 “신 총괄회장은 매년 계열사로부터 배당금과 급여 명목으로 100억 원대를, 신 회장은 200억 원대의 자금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고 속에 보관된 돈도 계열사로부터 정당하게 받은 합법적인 돈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은 합법적인 돈이라면 굳이 비밀금고에 보관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불법자금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비밀금고에서 찾아낸 현금 50억 원 등을 단서로 정몽구 회장의 1000억 원대 비자금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검찰은 이미 “신 총괄회장 비서실 내 비밀공간에 금전출납 자료도 보관돼 있다”는 진술을 토대로 금전출납 자료 상당수와 통장 등을 압수해 자금의 성격과 사용처도 분석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서울 종로구 가회동 롯데그룹 영빈관에서 신동빈 회장의 금고도 확보했으나 텅 빈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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