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불거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지원금 상한제 폐지 검토 소식으로 통신 및 제조업계가 본격적인 계산기 두드리기에 들어갔다. 예전과 같은 ‘공짜 폰’ 시장이 열릴지는 이들의 계산 결과에 달려 있다. 소비자들은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보다 싼값에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지만 제조업체, 이동통신업체, 유통 대리점은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단통법상 스마트폰 구입 시 지원금 상한선은 33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상한선을 스마트폰 출고가에 맞춤으로써 사실상 제한을 폐지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 단통법 ‘자화자찬’하던 방통위가 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는 지난해 9월 ‘단통법 1주년 성과’ 기자설명회를 열고 △가계 통신비 인하 △이용자 차별 해소 △합리적 소비 정착 등 단통법 효과를 자화자찬했다. 올해 4월 기자단과의 공부모임에서도 단통법 1년 6개월의 성과를 발표하며 “지원금 상한제 폐지나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갑자기 방향을 180도 바꾼 것에 대해 방통위 고위 당국자는 “출고가 인하와 중저가 휴대전화 시장 확대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시장이 안정된 상황이므로 인위적인 차단막을 없애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통시장 일각에선 기획재정부가 시장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영향력을 미친 것 아니겠냐는 예측도 나온다.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면 과거 유통대리점마다 눈치작전을 펴듯 리베이트(판매장려금)를 소비자에게 풀어 매출을 올리는 ‘정글’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 계산기 두드리는 플레이어들
통신 3사는 울상이다. 상한제가 폐지되고 또다시 지원금 경쟁 판도로 돌아갈 경우 마케팅비 지출을 크게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통신 3사는 2014년 10월에 실시된 단통법 덕분에 지난해 2014년 대비 총 9500억 원대의 마케팅 비용을 절감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출고가가 80만 원인 스마트폰에 20만 원 정도 지원금이 들어가는데, 이전 상황처럼 제조사가 출고가를 100만 원으로 높이고 총 지원금 규모를 40만 원으로 맞추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 경우 소비자가 느끼는 혜택은 없고, 통신사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형 제조사는 상한제 폐지를 크게 반기고 있다. 2013년 약 2100만 대에 이르던 국내 휴대전화 시장이 단통법 시행 이후 연간 1800만 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제조사는 시장 침체의 후폭풍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출고가 인상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
‘갤럭시S7’ 시리즈로 부활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8월 출시될 ‘갤럭시 노트’ 차기작을 앞세워 평균판매단가(ASP)를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G G5’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 든 LG전자도 프리미엄 시장이 살아나면 올해 하반기(7∼12월)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V10’의 후속작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다만 2분기(4∼6월)에도 LG전자 MC사업본부의 적자 폭이 커질 것으로 보여 마케팅 비용을 이전처럼 과감하게 투입할 수 있을지가 변수”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저가 스마트폰 ‘스카이’ 출시를 앞둔 팬택은 울상이다.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결국 고가 시장으로 소비자들이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상한제 폐지를 가장 환영하는 곳은 이동통신 유통판매점들이다. 이동통신유통협회는 단통법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중소 판매점 2000여 곳이 문을 닫았다며 생존권 보호를 요구해왔다. 이동통신유통협회 고위 관계자는 “지원금 상한이 폐지되면 스마트폰 판매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이동통신업체로부터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대폭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