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옥죄자… 분양시장으로 우르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5일 03시 00분


5월 매매 전년보다 19%줄어… 아파트 청약자수는 57% 급증
금융위, 가계대출 감독 강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3.3m²당 분양가가 8100만 원을 넘는 아파트가 등장하는 등 서울 인기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부동산시장에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확산되면서 건설사와 재건축 조합들이 분양가 인상에 앞다퉈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서초·용산구 등지에서 분양가 4500만 원(이하 3.3m² 기준) 이상의 고가 주택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다음 달 분양에 나서는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조합은 일부 아파트 분양가를 5000만 원 이상으로 책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일반분양을 시작한 한남더힐의 최고 분양가는 8150만 원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분양된 아파트 중 최고가였다. 올 하반기(7∼12월)에 분양될 ‘아크로리버뷰’(서초구 잠원동)와 ‘롯데월드타워 레지던스’(송파구 신천동)의 일부 주택형도 5000만 원과 1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가 분양가 오름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말이 나온다. 9일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1.25%로 낮아지면서 갈 곳 잃은 투자금이 인기 지역의 분양 아파트로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편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기존 아파트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수요자들은 신규 분양 아파트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8만9267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8% 줄었다. 반면 분양 시장의 청약자 수는 같은 기간 56.8%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집단대출 규모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집단대출 증가액이 8조7000억 원이었던 데 반해 올 1∼5월 증가액은 이미 10조 원에 이른다.

금융위원회는 집단대출이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포함해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증가 요인을 분석하는 한편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시스템의 허점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집단대출 보증을 1인당 3억 원 이내, 최대 2회로 제한하고 있는 반면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이런 제한 없이 보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다만 집단대출을 당장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지는 않을 방침이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장윤정 기자
#주택대출#분양시장#금융위#아파트#청약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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