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줄고 구조조정 한파… 금융권 대졸채용 작년 60% 수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6일 03시 00분


올해 상반기 544명 선발 그쳐

금융권 취업준비를 하는 연세대 4학년 이모 씨(28)는 올 상반기 취업에 실패했다. 현재 인턴으로 일하는 회사보다 연봉이 더 높은 회사를 가기 위해 시중은행과 보험사의 문을 두들겼지만 결과는 번번이 좋지 않았다. 이 씨는 “금융회사의 입사 경쟁률이 워낙 높은 데다 올 상반기에는 금융권에서 신입사원을 거의 선발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하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의 올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실적을 공개한 9개 은행, 7개 카드사, 21개 보험사는 지난해 상반기에 총 871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60% 수준인 544명만 채용했다.

금융권의 고용한파는 은행권의 채용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반직 공채(예전 ‘대졸 공채’에 해당)는 지난해(634명)의 40% 선인 255명에 불과했다. 상반기 채용을 진행한 은행은 우리은행(140명), 신한은행(100명), SC제일은행(15명) 등 세 곳이 전부였다. 지난해 상반기 공채에서 100명 이상을 뽑았던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직원을 아예 뽑지 않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정년이 연장되면서 퇴직자가 줄어 올 상반기 공채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은행업계의 일반직 공채가 대폭 줄어든 것은 시중은행들의 실적 악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들은 예대마진 감소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대규모 충당금 적립 부담마저 안고 있다. 국내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올 1분기 1.55%로 역대 최저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핀테크가 활성화되면 기존 은행원의 일자리는 장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은행들이 이전처럼 공격적으로 신규 채용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업계의 채용 여건은 올 하반기에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채용 실적이 없는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이 하반기에는 신규 채용을 재개할 계획이다.

은행업계가 혹독한 채용 한파를 겪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보험업계는 채용 규모를 조금씩 늘리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대졸 사원 206명을 채용했던 보험업계는 올 상반기에 모두 259명을 신규로 뽑았다. 손해보험업계가 채용 규모를 대폭 늘린 게 주원인이었다. 지난해 상반기에 94명만 뽑았던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174명을 채용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다른 금융업계와 비교해도 업계의 실적이 나쁘지 않았고, 국제회계기준(IFRS2) 2단계 적용에 따른 영향도 생명보험사들보다는 적게 받을 것으로 예상돼 채용을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제회계기준 2단계는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제도로, 보험사들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금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의 비용이 늘어나면 신입사원 선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매년 하반기에 대졸 공채를 해온 카드업계는 지난해와 비슷한 200여 명 규모로 신입직원을 뽑을 예정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상반기에 롯데카드와 BC카드가 공채를 시작했고 지난해와 비슷한 30명 안팎의 인원을 채용할 방침이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구조조정#금융권#대졸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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