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관련 부서에서 일하다 경영전문대학원 석사과정(MBA)에서 재무 분야를 공부한 뒤 다시 같은 분야로 돌아온 최고의 재무 전문가. 누가 봐도 그는 ‘스페셜리스트’다. 한편 광고업계에서 일하다 경영대학원에 입학해 회계를 전공한 뒤 컨설팅 분야를 거쳐 투자은행에 들어간 사람은 말 그대로 이것저것 다 해 본 ‘제너럴리스트’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스페셜리스트가 더 높은 연봉에 더 좋은 일자리를 얻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다.
제니퍼 멀루지 툴레인대 교수 연구팀은 2008년에서 2009년 사이 최상위권 학교에서 MBA를 마치고 투자은행에 취업한 약 400명의 졸업생을 연구했다. 그 결과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제너럴리스트’형 학생들이 줄곧 투자금융 분야에 종사한 ‘스페셜리스트’형 학생들보다 일자리를 더 많이 제안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스페셜리스트는 제너럴리스트에 비해 취업문도 좁았고, 이직 보너스 역시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
멀루지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로 “이미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 인력을 채용하는 노동시장에서는 전문성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최상위 MBA를 이수한 것 자체가 이미 경영의 모든 영역에서 일정한 자격 조건 이상을 갖췄음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물론 멀루지 교수도 스페셜리스트들이 실제 해당 업무에서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고용주는 ‘여러 방면을 경험해 본 사람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생사가 걸린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의 경우, 해당 수술을 전문적으로 해 온 의사가 훨씬 선호될 것이다. 하지만 이른바 ‘종합예술’인 경영에서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항상 선호되지는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물론 멀루지 교수가 말하는 ‘제너럴리스트’는 여러 분야에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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