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기로 중형 조선 3사… “선박펀드로 보릿고개 넘겨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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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협약 6년차 성동-SPP-대선조선 살펴보니

STX조선해양이 7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이후 비슷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중형 조선소인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2010년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시작해 올해로 6년 차다. 올해 조선업계는 기존 수주량으로 버틸 수 있지만 최근 수주가 급감해 내년이 회생의 고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성동조선, 7만∼15만 t 상선 집중

14일 경남 통영시 성동조선해양 조선소. 지게차가 여기저기 기자재를 실어 나르느라 분주했다. 올해 38척을 인도할 예정인 성동조선은 현재 계획 대비 공정 진행률이 98% 이상이다. 채권단 관리 이후 가장 좋은 효율이다.

성동조선의 전문 분야는 7만∼15만 t급 상선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가 들어가기엔 작은 배들. 이른바 틈새시장이다. 현재 10만∼15만 t급 중형 탱커 시장에서 점유율은 10% 미만이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2018년 2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성동조선 관계자는 “10만∼15만 t급 중형 탱커에서는 ‘빅3’보다 연료소비효율이 4∼5% 높다”며 “현재 저유가로 탱커 수요가 늘면서 수주 잔량의 80%를 탱커로 채웠지만 향후 시장 변화에 따라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등 선종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영협력을 하고 있는 삼성중공업과의 시너지도 나고 있다. 성동조선은 삼성중공업을 벤치마킹해 올해 설계 분야에서 18억 원을 절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일감이 부족해지는 시기를 대비해 삼성중공업의 블록을 제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SPP조선, 5만 t 탱커 주력

같은 날 찾은 경남 사천시 SPP조선 사천조선소는 업무량이 평소의 70∼80% 수준이었다. 통상 한 해 20척을 건조하지만 수주 잔량이 12척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달 말 선박 건조의 맨 첫 단계인 강재절단 작업이 끝나고 8월엔 조립, 10월엔 탑재 공정이 끝나 연내 사천조선소의 야드는 완전히 빈다”며 “내년 3월엔 갑판실을 붙이는 경남 통영 덕포의장공장도 일감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향후 수주가 없다면 근로자들은 무급휴직을 하거나 뿔뿔이 흩어질 수도 있다.

SPP조선의 강점은 5만 t 탱커다. 누적 인도량 290척 중 165척이 5만 t 탱커로 현재 남은 일감 12척도 모두 5만 t급 탱커다. 설계와 독(dock) 규모 등이 5만 t에 최적화돼 있다.

SPP는 생산인력은 100% 외주를 준다. 인건비가 저렴해 원가가 절감되는 것은 장점이지만 인력 이동이 잦아 숙련도가 떨어지는 점은 단점이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SPP조선이 지난해 577억 원 영업이익을 낸 만큼 재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 대선조선, 수주량 80%가 국내 중소 해운사

대선조선은 소형 선박에 특화돼 있다. 21세기조선, 신아에스비, 녹봉조선 등 경쟁사들이 폐업 또는 파산하면서 현대미포조선을 제외하고는 국내 경쟁자가 없다. 이 때문에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수주량 41척 중 32척(78%)이 국내 중소 해운사가 발주한 물량이다.

대선조선은 스테인리스 화학운반선과 1000TEU급 컨테이너선, 참치어선망, 연안여객선 등 소형 선박으로 특화 중이다. 특히 스테인리스 화학운반선과 참치어선망은 국내에서 대선조선이 유일하게 건조한다. 회사 관계자는 “아시아지역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특정 지역에만 운항하는 소형 컨테이너선의 발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사고’ 이후 연안여객선 현대화 계획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선조선은 지난해 10월 선형개발 국책과제 사업자에 선정됐다. 대선조선 측은 “인력 380명 중 40명을 분사하고 임직원들이 월급 17∼28%를 반납해 올해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선박펀드 통해 ‘보릿고개’ 넘겨야


전문가들은 이들 조선사가 선종별로 특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제언한다. 선종을 특화하면 해당 선박의 표준설계를 기반으로 비슷한 선박 여러 척을 찍어내듯 건조해 원가를 절감하는 ‘시리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특정 선종에 여러 조선사가 경쟁하면서 벌이는 저가 수주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은 얼어붙은 발주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선박펀드를 확대해 중국과 일본처럼 국내 해운사들이 자국 조선소에 발주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계획 중인 12억 달러의 선박펀드 규모를 앞으로 100억 달러까지 키우고 대상 선종을 초대형 컨테이너선뿐 아니라 중소형 선박까지 다양화해야 한다”며 “선박펀드를 통해 시장이 살아날 때까지 내수 물량을 건조하며 버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 연구개발(R&D)의 필요성도 지목된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중소형 선사는 향후 환경 규제와 시장 트렌드를 예측하고 선행 개발을 하기에는 역량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국내 조선 5개사의 사내협력사 대표들은 18일 ‘조선 5사 사내협력사 연합회’를 출범했다. 연합회는 정부와 원청사에 공정 거래질서 확립,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선정, 최저임금제도 개선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통영·사천·부산=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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