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금리가 ‘제로(0)’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시중 여유자금이 여전히 은행으로만 몰리고 있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 잔액이 올해 1분기(1∼3월)에만 20조 원 넘게 증가했다.
1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평잔 기준)은 154조1170억 원으로 전 분기(133조3745억 원)보다 20조7425억 원이 늘어났다. 이 같은 증가액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9년 이후 17년 만의 최대 규모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으로 금리는 0.1%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가계와 기업들은 이 같은 요구불예금에 계속 목돈을 묶어두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에만 돈을 묻어두는 ‘은행 파킹(parking)’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9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주요 대형은행들이 잇따라 수신 금리를 내렸지만 오히려 은행 수신액은 급증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원화예수금 잔액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9일 973조6249억 원에서 5영업일 만인 16일 984조401억 원으로 10조4152억 원이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데다 ‘브렉시트’ 등 글로벌 시장에 변수들이 있다 보니 투자자들이 이자는 적더라도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은행에 돈을 맡겨두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시중에 풀린 5만 원권 잔액은 7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화폐발행잔액(말잔) 91조2878억7000만 원 가운데 5만 원권 잔액은 76%인 69조3784억5000만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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