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로봇이 미국 대형 로펌에 변호사로 취직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이 ‘로봇 변호사’는 1초에 문서 10억 장을 검토해 법적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한다. 바둑기사 이세돌과 ‘알파고’ 간 세기의 대결로 이미 우리에게도 익숙한 AI가 이제 본격적으로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것이다.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을 저성장 경제를 극복하고 미래 신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과학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뇌 과학, 첨단 자동차, 스마트시티 등 9대 전략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신(新) 미국 혁신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AI를 비롯한 신기술과 신산업 분야의 연구개발(R&D)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최근 신설했다.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는 대통령이 장관, 수석비서관, 산학연 전문가들과 함께 4차 산업혁명 대비 등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시급한 과학기술 혁신 방향을 논의하고, 이를 통해 국가 R&D 정책의 중장기 비전을 설정하고 전략적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향타 역할과 과학기술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과학기술전략회의 신설로 정부가 지난해 마련한 ‘R&D 혁신 방안’의 실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향후 첨단·융합·협력연구 등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전략 분야 R&D에만 집중해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접근할 예정이다. 대학의 기초연구와 중소기업의 R&D 등은 수요자가 주체가 되는 개방형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1차 회의에서 연구 현장의 의견을 대폭 수렴해 대학의 기초연구 지원을 1조1000억 원에서 2018년까지 1조5000억 원으로 증액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안정적으로 혁신적인 중장기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구소 고유 연구 비중을 70%까지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성과다.
과학기술전략회의와 함께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역할도 전보다 더 분명해졌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는 과학기술전략회의가 설정한 기본 방향을 바탕으로 각 부처가 수립한 계획을 심의하고 부처별로 제출한 사업별 예산을 조정해서 R&D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역할이 강화된다.
세계적인 제약회사로 부상한 한미약품과 같은 제2, 제3의 글로벌 신약 개발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금년 초 바이오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킨 것과 같은 신속한 지원을 이어 나갈 것이다. 창업을 활성화해서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히든 챔피언’급의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도 강화할 것이다. 또 과학기술계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R&D 혁신 방안이 연구 현장에 뿌리내리도록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이해서 정부는 ‘광복 70년 과학기술 대표 성과’를 선정한 바 있다. 국민의 먹거리와 황폐한 민둥산을 해결한 육종 기술, 최초 국산 고유 모델 승용차(포니), DRAM 메모리 반도체, CDMA 상용화, 우리별 인공위성, 글로벌 신약 개발 등은 과학기술로 성공적인 경제 발전을 이루며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자랑스러운 성과다. 이제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중심으로 정부와 대학 및 연구기관 등 과학기술계와 산업현장이 함께 모든 혁신 역량을 집결해 다시 한번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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