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균 씨(32)는 대학 졸업 후 더치커피(dutch coffee) 원액을 유통하는 사업을 준비하다가 2013년 추출 기구를 직접 개발해 보기로 마음을 바꿨다. 더치커피는 차가운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천천히 우려내는 커피. 신 씨는 “커피숍을 돌며 시장 조사를 해보니 더치커피 기구를 위생적으로 관리하기가 힘들다는 불만이 많았다”며 “분리와 세척이 수월하도록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에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완구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억대의 빚을 떠안고 사업을 접은 권영준 씨(37)도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2013년 재창업에 도전했다. 조명 디자인을 전공한 권 씨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벌집 모양의 육각형 구조로 만들면 부드러운 곡선으로 디자인이 가능할 것 같아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당시 막연한 아이디어와 개발 계획만 가지고 있던 이들이 들어간 곳은 청년창업사관학교.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는 만 39세 이하인 예비 창업자나 초기 창업자에게 1년간 최대 1억 원의 사업 자금을 지원하고 사업 계획 수립부터 사업화까지 창업의 모든 과정을 일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14년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수료한 신 씨는 “사실상 무일푼 상태였는데 이곳에서 일대일 컨설팅을 받으며 꿈을 하나씩 이뤄갔다”고 말했다. ㈜원더치를 창업한 신 씨는 그해 말 더치커피 전용 추출 기구를 시장에 출시했다. 현재 국내 커피전문점 20곳에서 신 씨가 개발한 더치커피 기구가 쓰인다. 신 씨는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바이어와도 수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이달 말에 동남아 현지에서 직접 바이어들을 만나 제품을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 씨는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지원을 받아 ㈜코쿤디자인을 창업하고 곡면 LED 조명을 출시했다. 그는 “다양한 전시회에서 설치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전시가 끝나고 버려지는 게 아니라 해체해서 나중에 다시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전했다.
한발 더 나아가 권 씨는 최근 청년창업사관학교 수료자 5명과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권 씨는 “첫 창업에 실패했던 이유는 주변에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협동조합을 활용해 신제품 개발에 꼬박 1년이 걸리던 것을 한 달에 끝냈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무실을 공유하며 아이템에 따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새로운 형태의 창업을 시도하고 있다.
한편 중기청은 2일 프랑스의 정보기술(IT) 인력 육성 민간기관인 ‘에콜(Ecole)42’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젊은 기술창업인들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넓혔다. 양 기관은 앞으로 양국 청년들이 혁신적인 제품을 공동 개발하도록 돕고 전시회 등 교류 활동도 수시로 진행하기로 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이번 협약의 세부 실행방안을 조만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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