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권 거래액이 1∼5월에만 17조 원을 넘어섰다. 분양권에 붙은 웃돈(프리미엄)만 8000억 원이다. 총 거래 건수 5만4187건으로 나누면 한 건당 평균 1464만 원의 웃돈이 붙은 셈이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수도권의 아파트 분양으로 쏠려서다. 강남구(8384만 원) 송파구(7781만 원) 등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분양권 프리미엄이 치솟아 ‘미친 전셋값’에 이어 ‘미친 재건축’이란 말이 나돈다. 그런데도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주말 “이상 과열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단계적인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온적 논평만 내놨다.
수도권 민간택지나 전국 공공택지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계약 후 6개월∼1년 동안 분양권을 거래할 수 없다. ‘불법 거래 처벌’이라는 주택법을 비웃는 듯 아파트 청약 당첨자가 발표되는 당일 밤 모델하우스 인근에는 ‘떴다방’들이 불야성을 이룬다. 투기세력이 정부의 단속 의지를 비웃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불법 거래는 분양계약자 이름을 그대로 둔 채 전매제한 해제 시점에 분양권을 매수인에게 넘기기로 공증을 한 상태에서 이뤄진다.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실거래가보다 낮춰 신고하는 ‘다운계약’은 보통이다.
불법 전매의 밑바닥에는 정부가 ‘부동산 거품’이 터질 것을 두려워하는 한 절대 단속하지 못할 것이라는 음습한 공감대가 깔려 있다. 정부가 세종시 공무원들의 불법 전매도 처벌하지 않는 판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더 강력한 단속을 하는 것도 명분이 서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대출규제 대상에서 분양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대출을 제외하면서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갑자기 모든 대출을 죄는 식으로 급선회한다면 물 온도를 적절히 맞추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샤워실의 바보’가 되고 말 것이다. 지역별 시차를 두고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 중도금 집단대출을 점진적으로 포함시키는 정책 조정이 시급하다. 돈과 시간이 있는 사람들만 분양권 불법 거래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며 대다수 국민은 침체된 주택시장에서 분노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