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두고 지역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수많은 지역 주민과 정치인들이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입지 선정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이 있다. 바로 새로 만들어질 공항을 이용하게 될 항공사들이다.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운영하면서 노선 상황에 따라 가까운 공항으로 빈 비행기를 보내야 할 때가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 사이. 인천국제공항에 내린 비행기가 인천에서 다시 승객을 싣고 떠나면 가장 좋지만, 때로는 김포로 이동해 승객을 태워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빈 비행기를 띄워 이동시킬 수밖에 없는데, 한 번 비행기를 띄울 때마다 수백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한두 번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이런 경우가 일주일, 한 달, 1년이 쌓이면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 된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은 이런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스케줄을 꼼꼼하게 짠다.
문제는 새로 국내 공항이 생기면서 공항 간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제주 제2공항’에 이어 이번 주 입지가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동남권 신공항까지 연이어 대형공항이 생기게 됐다. 제주공항의 경우 기존 공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운영하는 ‘제2공항’이 되는 것이 확정이다. 문제는 동남권 신공항인데 기존 김해, 대구, 울산공항이 어떻게 되는지 전혀 정해진 것이 없다.
새 공항이 기존 공항을 흡수하면 모르지만 주민들이 반발할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 방안은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기존 공항은 기존대로, 신공항은 신공항대로 운영할 텐데 항공사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여러 공항 중 어디에 취항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항공사가 스스로 노선을 선택할 수 있으면 괜찮지만 문제는 정치권이 개입할 때다. 2010년 일본항공(JAL)이 파산한 데에는 지역 정치인들이 수익성은 생각하지 않고 너도나도 자기 지역에 노선을 개설하라고 압력을 넣으면서 발생한 비효율이 한 요인이었다. 항공사가 정치권의 압력에 못 이겨 수익성이 낮은 지방 공항에 취항하고, 이 공항 저 공항으로 비행기를 이동시키느라 또 다른 비용이 발생한다면 국내 항공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서도 JAL처럼 망하는 항공사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아무쪼록 신공항 입지 선정이 최선의 결과가 나오도록 마무리됐으면 한다. 그런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뿐 아니라 항공업계 전반에 대한 고려도 포함돼야 함은 물론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