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폭풍 몰아치는 울산-거제 예금 줄고 2금융 대출 5300억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1일 03시 00분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다가 올해 1월 구조조정으로 퇴사한 A 씨(52)는 5개월째 백수 신세다. 대학생 자녀의 학자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울산 동구의 106m²짜리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지만 감감무소식이다.

3년 전 조선업이 호황일 때만 해도 이 아파트의 매매가는 3.3m²당 1000만 원대였지만 지금은 800만 원 중반대에 내놔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A 씨는 “주변에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를 줄줄이 내놓고 있어 매매가 안 된다”며 “집이 안 팔리고 실업자 생활이 계속되면 조만간 대출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조선 빅3’와 협력업체가 밀집한 울산 및 경남 거제시의 지역경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계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고 부동산 시장 침체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경남 거제시의 예금은행 수신 잔액은 3월 말 현재 1조6184억 원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매달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넉 달 동안 줄어든 예금 잔액은 1085억 원에 이른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구조조정협의체를 가동해 조선업을 구조조정 대상 업종으로 선정했다.

반면 같은 기간 거제시의 예금은행 대출금은 463억 원 늘었다. 특히 저축은행,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협 등 비(非)은행 금융기관의 대출은 지난해 11월 3조5570억 원에서 올 3월 3조6808억 원으로 1238억 원이나 증가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이 있는 울산도 마찬가지다. 3월 말 현재 울산 예금은행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보다 2505억 원 늘었고,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은 4069억 원 급증했다.

이 지역들에서 실직 등으로 은행권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서 생계형 대출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울산과 거제 지역의 고용 상황이 악화돼 이 같은 추세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달 거제시가 포함된 경남 지역 실업률은 3.7%로 작년 동월보다 1.2%포인트 올라 전국에서 실업률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울산 지역 실업률도 0.1%포인트 올랐다. 앞으로 2년 반 동안 조선 빅3가 인력 30% 이상을 감축할 계획이어서 이 지역의 실업률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협력업체와 해당 지역 자영업자가 받는 타격까지 감안하면 실업대란이 현실화하면서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울산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1489건으로 작년 5월(2893건)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거제시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3월부터 1년 넘게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올해 4월 말까지 1.83%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4.34%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정임수 imsoo@donga.com /울산=정재락 /창원=강정훈 기자
#구조조정#예금#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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