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열린 신한카드의 사내(社內) 혁신 포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이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카드사의 유전자(DNA)를 버리라”고 선언했다. 위 사장은 “이제 경쟁자의 개념도 다시 정의해야 할 때”라며 “더 이상 같은 업권 내의 플레이어가 경쟁자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핀테크 업체의 성장으로 위기를 맞은 카드업계가 기존 카드업의 틀을 깨는 ‘환골탈태(換骨奪胎)’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 삼성 현대 등 국내 ‘빅3’ 카드사들은 모두 변화의 핵심 키워드로 ‘디지털’을 꼽으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을 앞장서서 독려하는 것은 각 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달 말 자신의 페이스북에 ‘업계에 내려앉은 안개를 뚫으려면 이제 다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가 되는 수밖에 없다’는 글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정 부회장은 올해 4월 기업 로고를 ‘디지털 현대카드’로 바꾸며 디지털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대카드의 대표적인 디지털 서비스는 ‘록 & 리밋(Lock & Limit)’이다. 고객이 직접 자신의 카드 사용 분야나 한도 금액을 설정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핀테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정작 고객에게 유용한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빅데이터’를 통해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트렌드 연구소’를 출범시킨 신한카드는 올해부터 실제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몽골은행에 빅데이터 사업 노하우를 수출하기도 했다. 다른 카드사가 아닌 빅데이터를 다루는 국내외 핀테크 기업과 정면승부에 나선 셈이다. 위성호 사장은 “미래의 카드사는 모바일과 데이터 산업을 아우르는 플랫폼 업체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디지털 1등 카드사’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내부 시스템부터 바꿔나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출신인 원기찬 사장이 ‘1등 DNA론’을 앞세우며 직원들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원 사장은 최근 전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디지털 1등 회사가 되려면 사내 업무부터 디지털로 바꿔라’고 지적했다. 그런 노력의 하나로 17일 열린 삼성카드의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도 처음으로 전 직원에게 생중계했다. 이를 시청하던 직원들은 모바일을 통해 임원들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는 업계 최초로 4월부터 야간과 주말에도 카드 신청과 심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카드 발급 시스템’을 구축했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카드사들이 카드 발급과 신용판매 매출 등 기존 사업 구조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정보기술(IT) 업체로 변화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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