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차에 눈 돌리는 소비자들
메르세데스 AMG-BMW ‘M’…작년 판매량 전년보다 2배 늘어
GM ‘카마로’ 스포츠카 시장 돌풍…현대차도 고성능 브랜드 ‘N’ 준비
한국 GM‘쉐보레 카마로 SS’
고성능차가 질주하고 있다. 일반 양산차의 주행성능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질주본능’을 가진 사람들이 저유가를 기회로 고성능차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외제차 위주로 형성되던 고성능차 시장에 국내 업체도 진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브랜드인 ‘메르세데스AMG’와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은 모두 2014년에 비해 판매량이 2배 넘게 늘었다. 2011년 국내 판매량이 364대였던 AMG는 2014년 776대로 3년 만에 2배가 됐다. 그런데 지난해에 1688대를 판매하며 고작 1년 만에 다시 판매량이 2배를 넘긴 것이다(117.5% 상승). 올해 들어 전체 수입차 판매량이 부진한 가운데에서도 AMG의 판매량은 5월까지 972대를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2000대를 넘길 기세다.
메르세데스AMG ‘S65 쿠페’ M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국내 판매량이 694대로 2014년의 309대에 비해 124.6%가 성장했다. M3와 M4 모델이 전체 성장을 이끌었다. 2011년 M의 판매량은 268대였다.
이런 추세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AMG의 전 세계 판매량은 2014년 4만7632대에서 지난해 6만8875대로 44.6%가 늘었고 M은 같은 기간 약 2만 대에서 약 3만5000대로 역시 크게 늘었다. 이 중 한국 시장은 10위 정도고,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에 이어 3위다.
고성능차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운전하는 재미’를 찾는 소비자들의 증가와 저유가가 맞물린 결과다. 자동차 시장과 산업이 성숙하면서 운전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자동차 산업의 역사가 오래 된 유럽과 일본, 미국 등지에서 모터스포츠가 발달한 것은 이 때문이다. 동시에 친환경성과 연비를 위해 주행성능을 다소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들이 늘어나면서 그 반작용으로 주행성능이 좋은 차에 대한 열망도 늘어났다.
BMW ‘M2’여기에 저유가 기조가 겹치면서 고성능차에 대한 인기는 터보엔진을 단 듯 속력을 더해갔다. 2014년까지는 같은 출력을 내면서도 엔진 크기를 줄이는 ‘다운사이징’이 자동차 업계의 화두였지만, 유가가 내려가면서 연비 부담은 덜면서 크고 화려한 차들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2015년 첫 모터쇼였던 미국 ‘북미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를 시작으로 발표되는 신차들의 배기량과 출력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국내 업체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 현대차는 BMW에서 ‘M’ 개발을 총괄했던 알버트 비어만 시험·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을 영입해 내년 첫 모델을 출시할 계획으로 N을 개발 중이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과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등 모터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며 얻은 데이터를 N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정식 고성능 모델은 아니지만 ‘강하고 빠른 차’를 원하는 젊은층의 수요를 반영해 4월 ‘아반떼 스포츠’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 차는 준중형 차급이면서도 1.6 가솔린 터보엔진과 7단 DCT(더블클러치변속기)의 조합을 통해 중형차를 뛰어넘는 동력성능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핸들을 잡은 채로 기어를 바꿀 수 있는 ‘패들 쉬프트’, D컷 스티어링휠(핸들), 몸을 감싸주는 형태의 ‘스포츠 버켓 시트’ 등 젊은층이 좋아하는 핵심 사양을 대거 적용해 고성능차의 감성을 느끼도록 했다.
한국GM은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범블비’ 차로 알려진 ‘카마로’로 스포츠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일 부산국제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선보인 ‘쉐보레 카마로 SS’가 사전계약 10영업일 만에 계약대수 350대를 기록한 것. 하루 35대씩 팔린 셈인데 스포츠카로는 ‘대박’인 수준이다. 최고출력 455마력, 최대토크 62.9kg·m에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이 4.0초에 불과해 성능이 다른 고가의 모델을 뛰어넘는데도 5098만 원으로 매겨진 가격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고성능차 수요가 많아진다는 것은 운전과 차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의미”라며 “이런 분위기가 정착되면 모터스포츠의 발전과 다른 양산차 성능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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