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말리부, 준대형급으로 업그레이드… 고속주행 안정감-승차감 뛰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4일 03시 00분


[석동빈 기자의 DRIVEN]한국GM ‘말리부’

솔직히 지난 20년간 대우자동차, GM대우자동차, 한국GM이 만들어낸 자동차들은 대부분 상품성이 떨어졌다. ‘아카디아’ ‘레간자’ ‘마티즈’가 그나마 괜찮은 평을 얻었을 뿐이다. 나머지 모델들은 디자인이 세련되지 못했고 조립품질도 허술했다. 기계적인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시장 상황에 맞지 않아 빛을 보지 못한 모델도 있었다.

그런데 한국GM의 신형 쉐보레 ‘말리부’가 좋지 못했던 과거의 이미지를 털어내며 대역전극을 벌이고 있다. 디자인, 성능, 조립품질, 상품성 등 모든 면에서 혁신을 이뤄냈다. 채널A의 자동차 프로그램 ‘카톡쇼4’에서는 달라진 말리부를 꼼꼼히 분석했다.

매력적인 디자인

넓고 낮게 깔린 차체와 슬림한 전조등의 눈매는 스포티하면서 강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동급 최대인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 거리)는 시각적으로 시원하면서도 고급 대형차의 분위기를 풍긴다. 기존 중형차의 등급을 뛰어넘어 준대형급으로 커진 차체에다 비례가 맞아떨어지는 디자인은 국내 중형차 시장의 판을 바꿔 버렸다. 또래 싸움에서 밀리자 덩치가 큰 형을 데리고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실내에서도 기존 한국GM의 느낌은 완전히 사라졌다. 과거 모델들은 기능적인 면에만 치우쳐 디자인 감성을 찾기 어려웠고 내장재의 품질도 동급에 비해 떨어졌지만 신형 말리부는 완전히 예상을 뒤집었다. 새롭게 디자인된 운전대와 계기반은 기능성에다 세련미를 더했다. 브라운색의 가죽 마감과 몸을 잘 잡아주는 시트, 은은한 아이스블루 무드 조명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다만 시트는 스포츠카에 들어가는 세미버킷 타입이어서 덩치가 큰 운전자에겐 약간 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실내 공간은 경쟁 모델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확장됐다. 구형 말리부는 중형차라고 하기에는 뒷좌석 공간이 좁았다. 신형 말리부는 센터페시아 아랫부분을 재설계해 앞좌석 무릎 공간이 여유롭다. 앞과 뒷좌석의 거리도 33mm 늘어나면서 뒷좌석도 넓어져 전체적인 거주성이 좋아졌다.

힘차고 쾌적한 주행성능


253마력을 내는 2000cc 터보 가솔린 엔진은 말리부를 가볍게 움직이도록 해준다. 힘이 늘어난 데다 이전 모델 대비 130kg이나 줄어든 몸무게는 전체적인 운동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 구형 말리부가 묵직하게 나간다고 표현하는 일부 마니아들이 있었는데 사실 그건 힘이 달리는 것일 뿐이다.

신형 말리부의 가속력을 측정한 결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8초 안팎으로 나왔다. 넘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중형 패밀리 세단으로는 충분한 가속력이다. 한국GM은 2.0 터보엔진의 세팅을 ‘효율과 부드러움’에 맞췄다. 연료소비효율(연비)과 힘의 절충점을 찾으면서 터보 엔진 특유의 반응 지체시간(터보랙)을 줄인 것이다. 이 덕분에 과거 3000cc 자연흡기 엔진 같은 질감을 준다. 캐딜락 ‘CTS’에도 들어가는 이 엔진은 미국에서 들여온다.

연비는 출력을 높인 터보 엔진이어서 쏘나타 2000cc 엔진보다는 떨어졌다. 체증이 없는 일반적인 서울시내 주행에서 L당 8∼9km 나왔다. 시속 100km로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L당 16km 수준이었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안정적인 핸들링

대형차에나 들어가는 245/40R 19 사이즈의 타이어가 들어가 있어서 노면 충격이 실내로 많이 전달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는 나긋나긋했다. 뒷좌석 승차감은 살짝 튀는 느낌이 있었는데 19인치 대신 18인치 타이어였다면 승차감은 더 좋은 점수를 받을 것 같다.

단단해진 차체와 93mm나 늘어난 휠베이스는 고속주행 안정감을 높은 수준으로 올려놨다. 강하면서도 유연한 차체와 부드럽지만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 서스펜션 세팅으로 뛰어난 승차감과 적절한 핸들링을 동시에 구현했다. 승차감과 고속주행 안정감 부문에서 역대 국내 중형차 중 최고 수준이다.

단점은 휠베이스가 길고 승차감 위주의 세팅을 했기 때문에 순간적인 핸들링에는 반 박자 늦게 반응했다. 직진이나 고속으로 돌아나가는 반경이 큰 커브는 좋지만 짧은 커브가 반복되는 숏턴은 약간 부자연스럽다는 의미다. 노면 소음과 바람소리는 동급 최고 수준으로 억제됐다.


편의·안전장치 동급 압도


신형 말리부에는 국내 중형차 중 유일하게 모든 트림에 8개 에어백이 기본적으로 들어 있다. 또 스마트드라이빙 패키지(160만 원)를 넣으면 초음파 센서와 레이더 및 전후방 카메라 등 17개의 센서가 사고를 예방해준다. 차로에서 벗어나면 운전대를 돌려 복귀시켜 주는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자동차나 보행자와의 충돌을 막아주는 긴급제동 시스템, 앞 차와 주행 간격을 유지시켜 주는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이 패키지에 포함된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과 최대 4개의 USB포트(2.1A)가 들어 있어 여러 대의 스마트 기기를 빠르게 충전하며 동시에 MP3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8인치 디스플레이에 들어 있는 ‘마이링크’ 시스템은 아이폰을 연결할 경우 전화 통화와 음악 감상을 비롯해 음성 명령으로 여러 가지 기능의 조작이 가능하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car#말리부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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