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해운사 법정관리 들어간다면… 화물 운임 올라 수출업계 연쇄 타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4일 03시 00분


[해운업 회생방안 긴급 진단]글로벌 해운동맹서 퇴출땐
외국배 안들어와 항만도 흔들… 선박 수주 줄어 조선업도 악영향

국적 해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상당하다.

법정관리란 법원에서 지정한 제3자가 자금을 비롯한 기업 활동의 전반을 대신 관리하는 제도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국적 해운사가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빠지게 될 수밖에 없다. 해운동맹을 기반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해운사 입장에선 사실상 기업 운영이 불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법정관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적 해운사를 통해 물건을 수출하는 화주(貨主)들의 걱정도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17일 한국선주협회가 개최한 ‘2016년 사장단 연찬회’에서 이윤재 선주협회장은 “국적 해운사를 외면하고 외국 해운사에 화물을 몰아주는 국내 대형 화주들의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일부 화주들이 법정관리를 우려해 화물 일부분이라도 운송업자를 바꿔 보자고 옮겨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외국 해운사에 화물 운송을 맡기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 국적 해운사 퇴출 시 운임상승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화물을 싣도록 구획된 공간인 ‘선복(船腹)’을 해운사로부터 할당받아 화물 운송을 주선하는 ‘포워더(Forwarder·운송주선인)’들은 국적 해운사가 퇴출되면 수출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포워더 업체 관계자는 “국적 해운사가 퇴출될 경우 외국 해운사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들은 한국 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독자적인 가격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적 해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국내 해운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조선·항만 등 관련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23일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항의 물동량은 수출입·환적을 모두 합쳐 1943만 TEU로 세계 6위 규모다. 부산항이 이 정도의 물동량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현대상선 한진해운와 같은 국적 해운사가 글로벌 해운업체들과 맺은 동맹 덕분에 외국 해운사 선박들이 부산항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만약 국적 해운사가 해운동맹에서 퇴출되는 경우 외국 해운사 선박이 부산항에 기항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한국선주협회 측은 “모든 외국 해운사 선박이 부산항에 기항하지 않는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물동량은 813만 TEU가 줄고 총 158억2000만 달러(약 18조1930억 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부산항 터미널 운영, 화물의 내륙 수송 등에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5400여 명 규모의 해운업·항만업계 노동자의 실업사태도 예상된다.

해운업이 몰락하면 조선업 철강업 등 다른 산업으로도 피해가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선사가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선박을 발주해야 하기 때문에 조선업과 관련성이 크다”면서 “국적 해운사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되면 배후산업이 도미노처럼 차례로 무너질 것은 물론이고 고용 등 지역경제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해운사#법정관리#화물 운임#수출업계#해운동맹#선박 수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