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00km로 달리는 전차의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 그대로 질주하면 철로에서 일하는 5명의 인부를 덮칠 게 뻔한데 아래 두 가지 상황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1번은 기관사가 선로를 바꿔 행인 1명이 죽는 대신 5명을 살리는 것, 2번은 마침 내 옆에 있던 덩치 큰 행인을 철로로 밀어뜨려 전차를 멈추게 하는 것이다. 1967년 영국 철학자 필리퍼 풋이 제시한 ‘전차 문제(Trolley Problem)’인데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에 등장해 더욱 널리 알려졌다.
▷인공지능을 장착해 운전자의 조작 없이 자율 주행하는 자동차가 개발되면서 무인차의 윤리 문제가 새 관심사로 떠올랐다. 가령, 무인차가 교통사고를 낼 위기에 처했다. 계속 달리면 탑승객은 죽게 된다. 방향을 틀면 탑승객이 살지만 보행자 10명이 목숨을 잃는다. 이럴 때 무인차가 어떻게 움직이게 프로그래밍 하는 것이 옳은가. 최근 학술지 ‘사이언스’에 미국과 프랑스 공동연구진이 19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최대한 많은 생명을 구하는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한데 자신과 관련된 상황이라고 가정하면 태도가 달라졌다. 더 많은 보행자를 구하려고 무인차에 탄 나와 가족을 희생시키는 무인차라면 살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제조업체에서 보행자는 무시한 채 탑승객만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무인차를 생산할 수 있을까. 거센 비판에 휘말릴 테니 그러긴 힘들 것 같다.
▷이런 고민이 아직은 실감나지 않는다고? 구글과 우버 같은 기업들은 이미 미국 내 무인차 관련법 로비를 위한 협의체를 만들었다. 세계 1위 자동차 부품회사인 보쉬의 한국지사 대표는 완전 자동화된 ‘무인 대리주차 시스템’을 2018년까지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도덕적 직관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발휘한대도 두렵긴 마찬가지다. 인류를 능가하는 지적 능력에 도덕적 직관까지 갖춘 인공지능이라면 미래를 풍성하게 하겠지만 예기치 못한 재앙도 불러올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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