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風에 강남권 일반아파트도 들썩… 강북은 아직 無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7일 03시 00분


거래량, 1년전보다 10% 증가

이달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는 하루 평균 거래량 기준으로 2006년 3월 이후 가장 많은 아파트가 팔렸다. 이달 들어 26일까지 하루 평균 4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도곡동은 ‘도곡렉슬’ ‘타워팰리스’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투자자 관심이 재건축 시장에 집중됐던 올해 초 내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 등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머니 무브’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도곡동 행복한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떨어지자 전세로 살던 사람들이 주택 매입에 나서고 있다”며 “올해 1, 2월에 비해 최근 매매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귀띔했다.

이달 들어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10% 정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재건축 아파트의 거래량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도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재건축 시장으로 촉발된 강남 아파트 인기가 일반 아파트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강남 3구의 하루 평균 아파트 거래량은 약 72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66건)보다 9.1% 늘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으로 지난해 5∼7월 주택 수요가 일시적으로 주춤했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달 거래량이 작년 동기 수준을 넘어선 것은 눈에 띄는 변화다. 연초에는 2월 시작된 주택 담보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거래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송파구가 약 28건으로 1년 전(23건)에 비해 약 21.7% 늘었다. 같은 기간 강남구 거래량은 12.5% 늘었다. 반면 서초구는 5.3% 감소했다.

재건축 단지가 밀집된 지역의 매매가 꾸준히 늘면서 전체적인 거래 증가세를 이끌었다. 최근 주요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압구정동(78.1%) 대치동(24.5%) 등의 거래량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서초구에서는 저층 재건축 아파트가 많은 반포동(27.6%) 잠원동(6.3%) 등의 증가세가 꾸준했다.

한동안 거래가 뜸했던 일반 아파트의 거래량도 크게 늘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 삼성동(32.6%) 수서동(22.0%) 도곡동(3.1%) 등 재건축 호재에서 비켜선 지역의 거래량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늘었다. 위례신도시가 있는 송파구 장지동(26.6%)과 우면지구를 낀 서초구 우면동(92.3%)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매가 증가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20∼24일) 서울 일반 아파트의 매매가 상승률은 0.13%로 지난해 7월 셋째 주(7월 13∼17일)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우면지구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최근 전매 제한이 풀린 공공 분양 아파트에 실수요자가 몰리면서 한 달 새 타입별 호가가 1000만 원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올해 초 재건축 단지들에 몰렸던 매매 수요가 강남 지역의 일반 아파트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잠원동, 개포지구 등에서 3.3m²당 3500만 원 이상에 분양된 고가 아파트가 모두 ‘완판’되면서 주변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 구매를 망설이던 실수요자들이 초중고교 방학에 앞서 주택 매수에 나선다는 게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개포동에서는 다음 달 일반 분양을 앞둔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이 3.3m²당 분양가를 최고 5166만8000원으로 책정했다가 정부의 재건축 시장 과열 우려 표명에 5000만 원 아래로 낮추기도 했다.

다만, 강남 지역의 주택시장 회복세가 서울시 전역으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이달 서울 전체의 하루 평균 아파트 거래량은 357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372건)의 95.8% 수준이다. 강남권을 제외한 22개 구의 거래량은 1년 새 7% 정도 줄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행복한부동산센터장은 “강남에서는 일반 아파트도 재건축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를 겸해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다”며 “재건축, 인프라 확충 등의 호재가 없는 강북 지역까지 활황세가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재건축#강남권#아파트#강북#부동산#거래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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