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대여료 수십억도 밀려… 채권단 “특단조치 없으면 7월 위기”
1000~2000억 조건부 지원 시사
한진해운의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채권단과 한진그룹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회생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이 뒤늦게 한진그룹 계열사를 통해 자산을 매각하는 등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채권단이 요구하는 규모에는 턱없이 못 미쳐 구조조정 일정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다만 채권단도 한진해운의 노력 여부에 따라 자금을 일정부분 지원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26일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당장 추가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다음 달 안에 회사 운영이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면서 “그만큼 (유동성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진해운은 1000억 원이 넘는 용선료 이외에도 수십억 원 수준인 컨테이너박스의 대여 비용까지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한진해운의 돈줄이 말랐다는 것이다.
채권단의 실사 결과 내년까지 한진해운의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1조2000억 원이다. 한진해운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을 때 자체적으로 4000억 원을 마련하겠다면서 나머지 금액은 채권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다만 한진해운이 유동성 마련에 어려움을 계속 호소하자 채권단이 부족자금의 일정 부분을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측은 “한진해운이 최대한 노력해 부족자금의 80%인 1조 원가량을 마련한다면 나머지 1000억∼2000억 원 정도는 채권단이 메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뒤늦게 추가적인 자산 매각 등으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24일 아시아 역내 8개 노선의 영업권을 621억 원에 ㈜한진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한진해운 측은 “보유 자산을 유동화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자금 부족으로 연체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한진해운 회생을 위한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이 맺은 ‘조건부 자율협약’의 마감 시한인 8월 4일까지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을 이뤄내야 하지만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진해운은 그동안 현대상선의 ‘THE 얼라이언스’ 해운동맹 가입에 협조하는 것을 빌미로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끌어내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현대상선이 다른 해운동맹인 ‘2M’ 가입을 타진하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다는 게 채권단 안팎의 분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에 비해 회생을 위한 노력을 너무 늦게 시작했다”면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대주주나 그룹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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