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월드몰 8층에 있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화장품 매장. 한국산 화장품을 고르던 중국인 관광객 샤오칭(肖경) 씨(여)는 의아한 듯 되물었다. 매장 안은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화장품 매장 직원 A 씨는 “영업 마지막 날인데도 평소처럼 관광객이 많이 방문했다”라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26일 오후 9시에 문을 닫았다. 이 면세점은 1989년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문을 열어 2014년에 지금의 월드타워점으로 옮기는 등 27년간 영업해 왔다. 6월 30일이 정식 영업 종료일이지만 일반인 대상으로 제품을 파는 것은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6112억 원의 매출을 올려 서울 시내 면세점 중 3위를 차지했던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7월 시작된 롯데그룹 형제의 난 등의 여파로 그해 11월 면세 사업자 심사에서 탈락했다. 올해 4월 관세청이 중소·중견 면세점 1곳을 포함한 4곳의 서울 시내 면세점을 12월에 추가 선정하기로 하면서 회생 가능성이 커졌지만 최근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비자금 수사까지 겹쳐 재승인에 빨간불이 켜졌다.
6개월 후 재개장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직원들은 불안을 호소했다. 직원 B 씨는 “오늘 문이 닫히면 언제 다시 열릴지 몰라 직원들이 걱정이 많다”라고 말했다.
월드타워점에는 롯데 소속 직원 150여 명과 브랜드 파견 직원 및 용역업체(환경미화, 보안 등) 직원 등 총 1300여 명이 근무해 왔다. 롯데 직원 대부분은 12월 재개장을 전제로 3개월은 유급 휴가를 받고 나머지 3개월은 롯데면세점의 다른 지점에서 근무한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롯데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을 이르면 이번 주에 소환 조사할 방침으로 26일 알려졌다. 검찰은 24일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면세점 입점과 납품 계약 전반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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