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을 추진하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는 지난 주말부터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 이 아파트는 일부 타입의 호가가 26억 원에 이르러 ‘국내 최고가 재건축 아파트’로 꼽혔다. 이달 초 기준금리 인하 등의 호재에 투자자가 몰리면서 이 단지 전용면적 72m²는 역대 최고가인 14억 원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이어 집단대출까지 까다로워지면 재건축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고 전했다.
○ 강남 재건축 광풍 한풀 꺾일 듯
정부가 28일 중도금 대출 보증을 강화하면서 회복세를 보이던 수도권 주택시장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는 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친 상황에서 그나마 시장을 이끌어 오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등의 투자 열기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업계는 중도금 대출 규제로 수도권 분양시장의 ‘고분양가 릴레이’가 주춤해지면서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둔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 들어 서울 강남권에서는 3.3m²당 3500만 원 이상에 분양된 고가 아파트들이 잇달아 ‘완판’되면서 주변 일반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분양가 9억 원 이상 신규 분양 주택의 중도금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건설사와 재건축 조합들이 분양가를 높이기 어려워졌다.
건설업계에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아닌 건설사의 연대보증으로 중도금을 빌릴 경우 1금융권과 2금융권의 대출금리가 각각 0.5∼0.7%포인트, 1.0%포인트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폭탄을 맞은 분위기다. 한 대형건설사 주택영업팀 관계자는 “투기성 수요자들이 여러 곳에 동시에 청약하는 ‘묻지 마 청약’이 어려워지면서 입지 여건에 따라 분양의 성패가 더욱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며 “그동안 적극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수주해온 건설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주택거래량 30% 줄고, 지방 집값 떨어질 것”
전문가들은 중도금 대출 규제와 함께 브렉시트 국면과 맞물려 하반기 주택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진단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금융시장 불안으로 경기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면서 주택 거래가 얼어붙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8일 내놓은 보고서 ‘2016 하반기 주택부동산 전망’에서 올해 하반기(7∼12월) 서울 등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 상승폭이 0.3%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1∼6월)에는 0.6% 상승했다. 지방의 주택 매매가는 하반기에 1.0%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전국 주택거래량 역시 상반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25% 감소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30% 정도 줄어들면서 지난해보다 매매거래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수요자들도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부동산114가 최근 전국의 성인 1502명에게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5.7%가 하반기 주택 가격이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집값 상승을 예상한 응답자는 30.4%, 하락은 24.0%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 비율이 61.9%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단기 전매 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주택 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 재건축뿐 아니라 강북권 재개발과 부산, 경남 등 지방의 일부 고가 대형 아파트도 이번 규제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며 “실제 거주 목적으로 주택 시장에 접근하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다만 브렉시트로 인해 금리 인상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기 때문에 주택 구입 심리가 급속하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도 “부동산을 대체할 만한 유망 투자처가 없어 부동산에 묶여 있던 투자금이 곧바로 회수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향후 정부의 후속 규제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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