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젠 “세계 4만명 유전자 분석”… 산모 혈액으로 태아질병 판별도
쎌바이오텍, 대기업 제치고 1위… 장 질환 치료제 개발도 나서
《 기업들이 미래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바이오헬스, ICT(정보통신기술), 에너지신산업, 첨단 신소재 등을 한국의 신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지원에 나섰다. 신성장 유망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을 4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해 한국 경제의 희망을 찾아본다. 》
“2009년에 한 사람 유전체를 분석하려면 3억 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00만 원이면 가능합니다. 바이오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사례입니다.”(양진수 마크로젠 전략기획실 부장)
유전자 및 유전체 분석 국내 1위 업체인 ㈜마크로젠은 전 세계 140여 개 국가 연구자와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을 의뢰받아 수행하는 생명공학기업이다. 바이오산업 경쟁력의 밑바탕이 되는 이른바 ‘뿌리산업’인 셈이다.
서울대 의대 출신인 서정선 회장(65)이 1997년 창업한 마크로젠은 2000년 바이오 벤처기업으로는 국내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되기도 했다. 현재 마크로젠 거래 상대의 90%가 바이오 산업 연구자와 바이오 관련 기업이고,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은 70%에 이른다.
양 부장은 “기존의 유전자분석 업체들에 비해 유전 분석 속도가 빠르고 정확한 점이 강점”이라며 “2009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4만여 명의 유전정보를 분석했다”고 말했다. 마크로젠은 아시아인의 특성을 반영한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 아시아인 1만 명의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여기에 국내외 연구기관과 함께 2019년까지 1200억 원을 들여 아시아인 10만 명의 유전체 정보를 연구·분석하는 ‘게놈 아시아 100K 이니셔티브’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연구 기관을 상대로 한 유전체 분석에 이어 마크로젠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도 확대할 방침이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30일부터는 민간 기업이 병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개인에게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마크로젠은 산모의 혈액에 미량으로 들어있는 태아 DNA를 추출해 태아의 유전적 질병 유무를 판별하는 검사도 지난해 말 개발했다.
고령화 인구가 많아지면서 건강기능 의약품 개발도 대표적인 신성장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바이오헬스 기업인 ㈜쎌바이오텍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세계 4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체내에 들어가 면역 강화, 장 질환 억제 등 건강에 도움을 주는 유산균, 비피더스균 등을 말한다.
유산균 발효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58)는 유산균이 위를 지나 장에 도달하기 위한 ‘다중 코팅’ 기술을 개발했다. 유산균에 1차 단백질 코팅, 2차 다당류 코팅에 이어 식용 유지 성분으로 ‘다중 코팅’을 한 것이다. 2010∼2012년 덴마크 약국에서 쎌바이오텍 제품 ‘듀오락’이 판매 1위에 오를 정도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큰 수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에서도 대기업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쎌바이오텍 관계자는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해 “국경을 넘어 통용되는 의약품의 특성상 기술만 있으면 해외에서 먼저 알아준다”며 “기존 제조업에 비해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연구개발로 독자적인 기술만 확보하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쎌바이오텍은 다중 코팅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해 유산균 여드름 치료제를 개발해 해외 시장에 선보였고, 올해는 정부 지원을 받아 크론병 등 장 질환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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