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 ‘라피끄’라는 말이 화제가 됐다. 양국 간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양국 관계를 ‘동반자’를 뜻하는 라피끄에 비유하자,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은 라피끄의 진정한 의미를 “사막에서 먼 길을 함께 가는 친구”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라피끄는 신중하게 고르고, 라피끄를 선택한 후에는 목숨을 상대에게 맡길 정도로 서로 신뢰하는 관계여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의 상용화를 두고 진정한 라피끄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사정에 맞춘 스마트 원자로계통 설계가 지난해 12월 시작됐고, 이달부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젊은 연구자 40여 명이 한국에 와서 교육을 받는다. 이들은 앞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2년 반 동안 원자력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은 물론이고 스마트의 설계 절차와 방법, 기술을 배우게 된다.
해외 연구 인력을 초청해 기초 과정부터 고급 기술까지 가르치는 이런 과정은 30∼40년 전 우리의 옛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한국은 반세기 전 원자력을 처음 도입했고, 1970∼80년대에는 원자력 선진국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원자로 설계 기술을 배웠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전 기술 자립을 위해 1986년 젊은 과학자 50여 명을 미국 컴버스천 엔지니어링사에 파견했다. 원자로 설계 기술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한국인 특유의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밤낮 없이 연구에 몰두한 이들의 열정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다.
원전 기술을 배우던 한국이 이제는 가르치는 나라가 됐다. 우리의 원전 연구자와 기술자들이 자랑스럽다.
한국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스마트는 기존 원자로보다 안전성이 한층 강화된 일체형 원자로다.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고, 전력 공급과 해수담수화가 동시에 가능해 국제적으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교육훈련 프로그램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스마트가 제대로 건설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스마트의 인지도를 높여 사우디아라비아로의 추가 수출이나 제3국으로의 공동 수출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교육생들에게는 원자로 설계 기술만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 원자력 산업 전반에 대해 교육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의 경제와 언어, 문화까지 가슴에 담아갈 수 있도록 현장 체험 과정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교육생들은 원자력 발전소뿐만 아니라 관련 설비를 제작하는 공장에서 운영이나 제작 과정을 직접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생생한 체험을 통해 그들의 머릿속에 ‘한국은 우호적인 동반자’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스마트 교육훈련 프로그램은 또 한국형 원자력 인력 양성 프로그램으로서도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 교육과정 자체를 브랜드로 만들어 수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교육생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자력 기술과 산업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재가 될 공산이 크다. 이들이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라피끄’ 관계를 오래도록 지속시켜주는 튼튼한 다리로 활약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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