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엎친데 겹친격…상반기 최악 실적에 노사갈등 전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4일 16시 54분


국내 조선 산업이 올 들어 상반기(1~6월) 기준으로 역대 최악의 수주 성적표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각 사별 노사갈등이 심화하면서 조선업 전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4일 글로벌 조선·해운 시황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상선 발주량 632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중 국내 조선소가 수주한 량은 83만 CGT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반기 수주량 685만 CGT에서 88%나 줄어든 수치다. 특히 클락슨이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기 시작한 1996년 이래 20년을 통틀어 최저 실적이다. 전 세계 발주량이 전년 대비 3분의 1로 줄어든 게 결정적이었지만 국가 간 경쟁에서도 중국(242만 CGT)과 이탈리아(89만 CGT)에 밀렸다.

우울한 소식은 또 있다. 산업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근로자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노조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파업 찬반 투표를 시행 여부를 논의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1일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인 파업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11일경 찬반 투표를 강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4일 ‘준법투쟁’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식 근무시간인 8시에 30분 앞서 출근한 뒤 조업을 준비하던 것을 거부하고 8시까지 출근하기 시작한 것. 이날 오후에는 노동부 통영지청에 사측이 노사합의를 어겼다며 고소고발장을 접수했다. 지난달 하순 경남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파업 신청을 반려당한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쟁의 이유를 ‘구조조정 반대’에서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결렬’로 바꿔 파업절차를 다시 밟을 예정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실적이 날로 고꾸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갈등에 기력을 낭비한다면 국내 조선 산업은 희망이 없다”며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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